인터뷰 |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고도제한·건축규제’ 해묵은 불편해소 가장 큰 보람”

2026-04-20 13:00:42 게재

주거환경 개선 실질적 기반 마련 성과

홀몸 노년 외로움 덜어주는 사업 인기

“어느 모임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갑자기 ‘진짜가 나타났다’고 하셔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나고 자란 동네다 보니 골목 하나하나가 남달랐어요. 초등학교때 봤던 동네와 똑같아서 주민들이 답답하다고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어요.”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취임 당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갖고 출발할 수 있었다”며 “해묵은 불편을 호소하던 목소리가 이제는 ‘달라졌다’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는 격려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간의 변화가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도제한 완화로 오랜 규제 개선 = 20일 종로구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구기·평창 고도지구는 20m에서 24m, 정비사업때 서울시 심의를 거치면 최대 45m까지 완화됐다. 경복궁 주변 서촌 일부는 16m가 18m로, 20m가 24m로 완화됐다. 자연경관지구 건폐율은 30% 이하에서 40%로, 건축물 높이는 3층 12m 이하에서 4층 16m 이하가 됐다. 5층 20m 이하까지만 가능했던 정비사업도 24m까지 가능하게 됐다.

취임 초부터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오랜 노력 끝에 구기·평창동과 경복궁 주변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자연경관지구 건축 규제도 일부 개선할 수 있었다. 정문헌 구청장은 “종로는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한 만큼 그에 따른 규제가 오랫동안 주거환경 개선과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이 돼 왔다”며 “역사적 가치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부담을 주민들만 일방적으로 떠안아온 현실은 반드시 개선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 오랜 숙원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거환경 개선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 결실을 바탕으로 현재 종로 전역에서 30개 구역, 1만9479세대 규모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사업은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다. 노년층 주민들이 이성 친구를 사귀고 다시 설레는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직접 제안해 시작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22.4%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라며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정서적 문제 해소가 더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문헌 구청장이 경복궁을 내려다 보면 민선 8기 주요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지난 2024년 운현궁에서 첫 행사를 진행했고 이달 초 명륜동 성균관컨벤션 웨딩홀에서 교복차림 주민들이 미용 전공 대학생들 도움을 받아 한껏 꾸미고 나와 즐겼다. 주민들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상·하반기에 나눠 두차례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참여 대상을 서울시민 전체로 확대할 구상도 하고 있다.

매번 6~7쌍이 짝을 맺는다. 그는 “남성이나 여성 어르신 모두 ‘물이 안좋다’고 하지만 잠시나마 가슴 뛰는 청춘을 다시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며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어르신들 표정에서 느낀 진심 어린 즐거움은 그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정 구청장은 “행정이 마음까지 닿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합돌봄체계 선도적 구축 = 정문헌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핵심 철학은 ‘종로모던’이다. 세계적으로 본(本)이 되는 우리식 현대화 구현을 의미한다. 그 철학을 주민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실험한 사례가 ‘건강이랑서비스’다.

지난 2022년부터 구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집 앞에 ‘작은 보건소’를 만들었고 주민들이 치매 검진부터 정신건강 대사질환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시행 1년만에 이용 건수가 48.6% 증가했고 현재 1만1000여명 이상이 집중 건강관리를 받고 있다.

정 구청장은 기존 공급자 중심 보건의료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재설계해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창신동에 사는 주민이 치매검사를 받기 위해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평창동까지 왕복 두시간이 넘는 길을 오가야 했던 현실을 바꾼 것이다. 그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 전부터 현장에서 먼저 실행하고 검증된 모형을 만들어 왔다”며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돌봄공동체로 가치를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남은 임기동안은 ‘종로모던’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 생활과 밀접한 공간과 시설을 차질 없이 완성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그동안 외적 변화의 토대를 만들어 왔다면 이제는 그간 뿌린 혁신의 씨앗이 주민 삶에서 확실히 체감되도록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그 완성의 마지막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드물게 토박이가 많고 아직도 정이 살아 숨쉬는 따뜻한 유대감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공생과 상생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