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트럼프의 전쟁 부른 막말, 인지능력 심각성 논란

2026-04-21 13:00:25 게재

“빌어먹을(fucking) 해협을 열어라, 미친 놈들아(crazy bastards).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종전협상 중인 이란을 향해 협박과 저주를 넘어 저속한 욕설까지 내뱉은 트럼프는 전쟁에 비판적인 교황을 향해서도 선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하는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12시간 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 발언과 기행은 단순히 트럼프 특유의 도발적이고 충동적인 스타일을 넘어 그의 인지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정치는 2016년 첫 대선 도전 때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기성 정치권을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로 호도하면서 이를 타파할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막말로 지지자들을 규합해 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천박한 수준의 인신공격 등 물불 안가리는 통제불능 발언들은 역설적으로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을 열광시켜 결집시키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동시에 트럼프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우려와 비난을 불러 왔다.

민주당뿐 아니라 MAGA 내부도 비판

지금까지는 주로 민주당이나 진보진영 인사들이 그의 인지 능력 저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지난 몇주 사이 재점화된 논란에 보수진영 뿐 아니라 핵심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도 합류하고 있다.

마가 핵심인사이자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다가 작년 하반기 앱스타인 파일 공개 여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한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란의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강경한 수사가 아니라 광기”라고 말했다.

마가 극우논객들도 이에 가세했다. 극우 팟캐스터 캔디스 오웬스는 트럼프를 ‘제노사이드 (집단학살) 미치광이’라고 불렀고, 오랜 트럼프 지지자인 알렉스 존스는 트럼프가 “황설수설하고 뇌 상태가 별로 좋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존스는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미국인의 총기소유권을 없애려는 정부의 음모에 따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극우 음모론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일하던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정신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백악관 법률고문 출신인 타이 코브는 “매일 밤 쏟아져 나오는 장황한 궤변들은 그 광기와 타락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트럼프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영부인 멜라니아의 대변인 역할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까지 지낸 스테파니 그리샴도 이란 문명파괴 발언을 두고 이것은 단순히 트럼프가 ‘트럼프다운’ 행동을 한게 아니라 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정헌법 25조 발동 압박 커져

이런 논란 속에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1967년 비준된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비상사태 시 승계절차를 다룬 조항이다. 특히 4항은 대통령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결함으로 인해 대통령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음이 명백할 때 발동된다. 하원 과반 찬성과 상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 탄핵 절차와 달리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최소 87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부통령과 내각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성명서에서 “트럼프의 불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하고 위험하다”면서 “만약 내각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하여 이성을 되찾게 할 의지가 없다면 공화당은 의회를 다시 소집해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백악관 주치의에게 대통령의 인지검사를 공식 요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치매 및 인지 기능 저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경고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의 폭언과 발언이 “점점 더 앞뒤가 맞지 않고, 변덕스럽고, 상스럽고, 정신 나간 듯하며,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재스민 크로켓 하원의원은 JD 밴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통령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치매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제 미국을 현대 역사 상 최대 규모의 전쟁범죄 중 하나를 저지르기 직전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면서 “전세계가 미국이 뻔뻔스럽게 대량학살을 자행할지, 아니면 부통령과 내각, 의회가 허약하고 치매가 의심되는 미국 대통령이 초래한 혼란을 종식시킬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제 고립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적었다.

1909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의 민권운동 단체인 전미 유색인 지위향상 협회(NAACP)도 117년 단체 역사상 처음으로 수정헌법 제25조의 발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데릭 존슨 회장은 4월 7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 자격이 없으며, 건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 하다면서 “우리가 트럼프에게서 목격하고 있는 언행은 단지 우려스러운 수준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된 마가 인사들도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에 동조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스탠스는 세계 평화라는 인도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저버리고 이스라엘을 위한 전쟁에 뛰어든 것에 대한 마가진영 내부의 불만과 분열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들은 마가가 아니라 마가에 편승하려는 ‘패배자들’일 뿐이며 ‘값싼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직까지 미국 역사상 수정헌법 25조 제4항이 강제로 발동되어 대통령이 해임된 적은 없다. 현재 내각은 트럼프에 대한 철통같은 충성심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해임이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자질 의문 갖는 미국인 늘어

하지만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미국 시민들은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묻고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에 의문을 갖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월에 집계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응답한 미국인 61%가 트럼프가 나이가 들면서 더욱 예측불가능해졌다고 답하며 그의 인지능력 저하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9월 실시된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트럼프가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2월 같은 질문에 34%가 그렇다고 답한것과 대비된다.

6월에 만 80세가 되는 트럼프는 공식석상에서 자주 조는 모습을 보이거나, 해명되지 않은 손등의 멍, 그린랜드를 아이스랜드라고 말하는 등 혼동된 어휘 사용, 연설 도중 주제에서 벗어난 횡설수설과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추측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트럼프 측근들은 그의 ‘예측 불가능성’이 정신적 문제가 아닌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기행과 극단적 발언이 정신건강 논란을 재점화 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가 ‘(교활한) 여우처럼 미친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미친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런 정치적 계산이 유효한지 여부가 아니라 계속 국가 수장이자 군통수권자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는게 과연 적합한가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는 더욱 더 막대하다. 전세계가 이 미치광이 쇼를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남수경 뉴욕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