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동전쟁 이후를 감안한 투자전략

2026-04-23 13:00:02 게재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는 고점 대비 하락해 전쟁 후 배럴당 120달러대를 넘나들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최근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고, 미국 S&P500 지수와 우리 KOSPI는 전쟁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전쟁 후 저점을 기록했던 3월 말부터 약 25%나 오르는 급등세다.

불안했던 금리와 환율 역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전쟁 전보다 약 30% 높은 유가만 빼고 보면 주요 자산 가격은 이미 전쟁 이후 경제 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산 가격 이미 전쟁 이후 경제 환경 반영

사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관찰된 바 있다. 1990년대 걸프전 때는 증시의 전고점 회복까지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후 중동지역 국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경우 보통 1~2개월 안팎에 전고점을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정학적 충돌이 우려보다 빠르게 시장에 흡수되고, 전쟁이 지속되더라도 자산가격의 민감도는 점차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번 전쟁이 1990년대 이후 발발했던 크고 작은 중동지역 전쟁들보다 유가에 더 큰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쟁이 종식되면 시설 복구와 물류의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장기화되면 높은 유가도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국은 이에 대응해 공급선 및 물류 다변화, 에너지 전환 등을 가속하겠지만 이는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물가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금리 변동성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증시는 좀 다르다. 물가와 금리의 상승이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명목가치인 기업 이익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와 기술력이 앞서는 주요 기업들의 경우 완만한 물가상승 하에서 실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고, 생산효율 극대화와 에너지 절감형 인프라 도입 등으로 경쟁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해 몇몇 산업은 오히려 더 큰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전쟁 와중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전력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물론 이번 전쟁의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금은 조기에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 있는 상태지만, 협상 과정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거나 충돌이 반복되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전쟁이 지속되며 유가가 장기간 고공 행진하면 물가상승이 실물경제 둔화와 신용위험으로 전이되고, 결국 글로벌 사모부채나 레버리지론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역을 출발점으로 하는 금융불안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 비관론에 따른 자산 배분은 기회비용이 클 가능성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극단적 비관론을 기본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자산을 배분할 경우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감내가능한 범위의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 하에서는 증시가 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앞서 지적했듯 전쟁이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는 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서의 성격이 강화된 인공지능 반도체 전력 신재생에너지 및 관련 산업재 업종에서 선도기업들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이고 위험 대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