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 불합격?

학폭 기재자 151명 중 150명 주요 대학 수시 탈락

2026-05-06 13:00:13 게재

책임공방 결과 회피보다 교육목적 충실해야 … 형사 처벌보다 학폭 기재가 대입 불리한 불공정성 보완 필요

2026학년부터 학교폭력(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이 의무화됐다. 주요 대학은 수시와 정시를 막론하고 정성 평가와 처분 수준별 정량 감점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서울 주요 대학 수시에서 학폭 이력이 기재된 지원자 중 99.34%가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사회적 여론을 반영해 학폭을 입시에 경미하게 반영한 대학에서도 합격이 취소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학폭 이력=불합격’이라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학폭 조치의 대입 반영 확대는 실제 학교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고 학생과 학부모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다양한 시각에서 짚어봤다.

2026학년 대입에서 학폭 조치 사항이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70곳의 수시 모집에서 학폭 조치 사항이 평가에 반영된 사례는 총 3273건이었다. 이 가운데 2460건이 불합격으로 이어졌다. 학폭 이력이 있는 지원자의 75.2%가 탈락한 셈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1개 주요 대학 수시전형에서 학폭 이력으로 감점을 받은 수험생은 151명이었다. 이 중 150명이 최종 불합격했다. 99.34%가 탈락한 셈이다.

대학별로 보면 경희대는 학폭 이력이 있는 수험생 총 62명 가운데 61명이 탈락했다. 중앙대(32명) 한국외대(14명) 서울시립대(12명) 한양대(7명) 연세대(5명) 성균관대(3명) 등은 학폭 이력이 있는 수험생이 모두 탈락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학폭 조치 사항은 정성 평가 비중이 높은 수시 종합전형에서 영향력이 컸다. 종합전형은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학교생활, 성장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 학폭 이력은 학생부 정성 평가의 다른 요소에도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 주요 대학의 종합전형에서 학폭 조치 사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배경에는 전형 구조의 특성도 있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경쟁률이 30:1에 이를 정도로 지원자가 많고 전형 총점 역시 상위권 내에서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변별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굳이 학폭 이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할 이유가 없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특히 학폭 이력은 학교생활 태도와 공동체 역량에 대한 부정적 요소가 된다. 여기에 선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란까지 고려 대상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점수 차가 미세한 종합전형에서 학폭 조치 사항은 합격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고 분석한다.

2012년 학생부에 학폭 기재 시작

학폭 조치 사항이 대입에 본격 반영되기까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과거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연상시키는 학폭도 ‘기성세대의 학창 시절에나 있었던 일’로 치부하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잔혹하고 교묘해진 폭력 양상, 그로 인해 피해자가 큰 피해를 입거나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 사건이 잇따라 세상에 알려지면서 점차 그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2004년 처음으로 학교 내 폭력을 심의하고 처벌하는 학폭심의위원회(학폭위)가 설치됐다. 이후 2012년 교육부의 ‘학폭 근절 종합 대책’을 계기로 학폭 조치 사항이 공식적으로 학생부에 기재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를 대입에서 어떻게 반영할지는 대학의 자율에 맡겼다. 일부 대학만 참고 자료 수준으로 활용했고 실제 대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학폭 조치 수준에 따른 학생부 내 기재 위치도 제각각이었다. 1·2·3·7호 조치 사항은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에 기록됐고 4·5·6호는 출결 특기 사항, 8호 전학은 ‘학적 특기 사항’에 기재됐다.

학폭 조치 사항이 가장 먼저 대입에 의무 반영된 전형은 체육특기자전형이었다. 정부의 2021년 ‘학교 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 방안’에 따른 조치였다. 전환점은 서울대에 합격한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폭 문제 고발,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이었다.

정부의 학폭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교육부는 2023년 4월 12일 ‘학폭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 범위를 모든 전형으로 확대·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에는 대학 자율 반영, 2026학년부터는 의무 반영을 예고하며 학폭 이력은 대입 전형 전반의 핵심 변수가 됐다. 전면 시행을 앞둔 2024년부터는 학생부 기록 체계도 크게 손봤다. 교육부는 2024년 3월부터 중대한 학폭 조치 사항 기록의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고 학생부 여러 항목에 흩어져 기재하던 학폭 조치 사항을 ‘학폭 조치 상황 관리’라는 별도 영역으로 일원화시켰다.

대학별 반영 기준 크게 달라

학폭 조치 사항이 대입에 의무 반영된 지 2년째인 2027학년에는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연세대 한양대 등이 전형별 총점에서 학폭 조치 수준에 따라 점수를 차등 감점한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는 “한양대는 학폭 조치 사항에 따라 8~9호(부적격 처리)를 제외한 처분은 전형 총점에서 차등 감점하고 있다. 이는 교육적 관점에서 학교생활의 성실성 및 공동체 의식 등 기본적인 학교생활 태도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1호처럼 비교적 경미한 사안은 감점 폭을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다양한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함에 따라 해당 사유만으로 합격 여부가 좌우되진 않는다. 지원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전한다.

전형에 따라 정성 평가와 정량 감점을 병행하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와 동국대가 대표적이다. 수시 모집 서류·면접 평가 등에서 정성적으로 반영하는 한편 논술·수능 위주 전형 등에서는 학폭 조치에 따라 정량 감점을 적용하는 식이다. 일부 대학은 일정 수준 이상의 조치 사항에 대해 0점 처리해 사실상 불합격으로 이어지도록 하거나, 아예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은 교과전형에서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은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성균관대는 모든 전형에서 학폭 조치 1호는 전형 총점에서 10% 감점, 2~9호는 0점 처리한다.

김건영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은 “성균관대는 모든 전형에서 학폭 조치 2호 이상 처분을 받은 수험생은 사실상 선발 대상에서 제외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학폭’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일각에서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학폭 사안의 특수성과 사회적 요구를 고려할 때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침은 2028학년에도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유전무죄? 불평등과 공정성 지적

진선미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폭 사안 관련 행정 소송 현황’에 따르면 학폭 관련 소송 건수는 2021년 62건, 2022년 66건에서 교육부의 ‘학폭 근절 종합 대책’이 발표된 2023년에 153건으로 크게 늘었고, 2024년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현재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서울의 지역별 상황을 보면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강남·서초 지역을 담당하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93건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해 가장 많은 소송 건수를 기록됐다. 강서·양천 지역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66건(15.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의 교육특구로 불리는 대치동과 목동이 속한 교육지원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할 학교의 학폭 관련 소송 건수가 많은 것은 높은 학구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학생 수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전에는 비교적 중한 조치의 소송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 2년 사이 1~2호 등 비교적 경미한 조치에 대한 사안도 행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법적 대응에 필요한 비용과 접근성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학폭 가해자라도 부모의 재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환옥 변호사(법률사무소 한해)는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학폭위에 변호사를 대동하거나 초기 단계부터 법률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50%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과거에는 성 사안, 심각한 폭행, 금품 갈취처럼 4~5호 이상의 조치가 예상되는 중대한 사안 위주로 변호사가 개입했다면 최근에는 욕설, 말다툼처럼 1~2호 조치가 거론될 수 있는 사안에서도 법률 자문을 통해 불처분을 기대하거나 초기부터 유리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꼼수’도 증가하고 있다. 가해 학생이 학폭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소송을 해 고의로 기재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대학의 학폭 조치 사항 기준 일자는 원서 접수 마감일이다. 예를 들어 고3 1학기에 학폭이 발생했다면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되는 9월 중순까지 집행정지 소송을 통해 처분을 지연시킬 경우 대학은 가해 학생이 뒤늦게 학폭 처분을 받더라도 손을 쓸 방도가 없다.

오랜 경험의 교사들이 우려하는 점은 학폭위의 본래 취지가 변질되는 것이다. 학폭위는 2004년 학생 간 갈등과 폭력 문제를 교육적 관점에서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학폭이 입시와 직결되면서 ‘사과와 화해’는 사라지고 서로 책임을 다투는 ‘공방형 대응’이 일반화되는 양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폭 사안은 학생의 행동을 바로잡고 관계 회복을 이끌어내는 ‘교육적 목적’에 기반해 다뤄져야 한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해야 한다. 한데 현재의 학폭 처리 방식은 책임 공방과 결과 회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입 반영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사실상 ‘형사 처벌과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학폭 이력은 대입에 치명적인 반면, 학교 밖에서 폭행, 절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대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장기적으로 순기능 기대

학폭위가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된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현재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을까?

장 교사는 “과거에는 학교별로 학폭위가 운영돼 학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랐고 비교적 가벼운 갈등에도 비전문가 집단의 판단으로 학폭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는 교육청이 다수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보다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해졌다. 단순한 갈등이나 가벼운 언행까지 학폭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줄고 학폭위에서 처분으로 결론내리는 건수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 윤곽이 드러나면서 혼란과 논란이 적지 않지만 대체로 교육계는 학교 현장에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소송 증가, 형평성 문제, 사안의 법적 공방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제도의 취지 자체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평가다. 학교 내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과거에는 사소한 갈등으로 치부되던 언어폭력이나 온라인상의 비방 행위까지도 학생들이 신중하게 인식하게 됐고 예방 교육도 강화됐다. 실제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이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도 조심하는 분위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 교사는 “중대한 학폭 조치 사항의 보존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증가하면서 대입 반영 의무화 발표 이전에 이미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은 그대로 대입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마다 반영 기준도 달라 입시 지도에 어려움이 있지만 제도를 다듬어나간다면 점차 순기능이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28학년 대입 영향력 더 커질 전망

2028학년 대입을 앞두고 대학도 학폭 조치 사항 반영을 ‘완화’하기보다 ‘유지·강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고려대는 2027학년에 정시전형에서 1~3호를 받았을 경우 1점 감점하지만 2028학년부터는 5점 감점한다. 주요 대학은 정성 평가와 정량 감점, 지원 제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폭 기록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준을 낮추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다. 학폭 이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학 입장에서도 반영 기준을 완화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8학년 대입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탠다. 이 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내신 5등급제 시행으로 성적의 변별력이 줄어들면서 비교과 요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수능 선택 과목 폐지로 대학이 학생부 기반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학폭 조치 사항은 대입에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 논의 필요

교육계에서는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준 또한 마련되지 않아 혼선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교사는 “서울대 입학 이후 학폭 이력이 드러나 입학이 취소된 고위공직자 자녀 사례가 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여론이 급격히 형성되면서 제도 도입이 빠르게 추진됐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학과 고교 현장,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고 분석한다.

현장 교사들의 고민은 더 구체적이다. 학폭에 연루되는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사안의 성격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하고 입장이 뒤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 처벌받아 자숙의 시간을 갖고 봉사 활동을 마친 학생이 대입의 벽에 막혀 상담을 해올 때면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토로한다.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대입 반영 기준 역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폭 예방과 책임 있는 학교 문화 조성이라는 취지보다, ‘어떻게 하면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처분 경감이나 기록 관리에 대한 대응 전략이 과도하게 부각되면 정작 중요한 반성과 관계 회복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바뀌지 않도록 교육적 목적을 중심에 두는 세심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 변호사는 “‘학폭 처분 몇 호 이상이면 무조건 불이익’이라는 식의 일률적 기준만으로는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처분 번호라도 사건의 내용과 경위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발적이고 가벼운 갈등에서 비롯된 사안과, 지속적·고의적인 괴롭힘은 동일한 처분을 받더라도 그 성격과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반영이라는 강력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처분 번호만 반영할 것이 아니라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 지속성 여부, 이후의 사과와 관계 회복 노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도연 리포터·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