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통합계좌 본격 운영…증권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삼성·하나증권 시범운영 … 6개 증권사도 준비 중
외국인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 … 증권사 이익 증가
외국인 통합계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증권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이 미국 대형 온라인 브로커리지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손잡고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통합계좌 서비스 시범운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확대로 증권사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하나증권과 삼성증권 등 2곳이 이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유안타·메리츠·미래에셋·신한투자·NH투자·KB증권 등 6개 증권사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K-증시 선진화 신호탄 = 6일 NH투자증권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외국인 통합계좌’가 K-증시 선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 국내 계좌개설 없이 해외 증권사 명의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은 약 460만개의 글로벌 고객 계좌를 보유한 IBKR과 지난달 28일 미국 시장에서 처음 통합계좌 서비스 시범운영을 개시했다. 이 제도는 2017년 도입됐으나, 개설 주체 제한과 즉시 보고의무 등 규제 부담으로 도입 후 8년간 활용 사례가 전무했다. 그러다 작년 4월 하나증권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으며 8월 국내 최초 통합계좌를 개설했고, 9월에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추가 지정돼 서비스 개시를 준비해 왔다. 올해부터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계좌개설 주체에 대한 제한이 폐지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없이도 통합계좌를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화 = 특히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 개인투자자 수급 확대다. 그동안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 한국 주식에 투자했지만,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투자등록과 계좌 개설 절차의 복잡성으로 직접 투자에 진입장벽이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해외 개인투자자는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 미국 상장 한국 ETF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합계좌가 활성화되면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자국 증권사 계좌에서 한국 주식을 직접 매매할 수 있다. 초기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현대차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에 거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중소형주를 비롯한 여타 종목으로도 자금 유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현지 증권사를 통해 쉽게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며 “IBKR과 같은 글로벌 온라인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통해 해외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 저변 확대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영국, 홍콩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통합계좌가 기본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한국 증시도 글로벌 표준에 한 발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고 비거주 외국인 개인투자자 수요가 유입될 경우 국내 증시의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4.8% 높은 15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외국인 개인투자자를 한국으로 유입시키며 브로커리지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지난 4일 주가가 28% 상승해 KRX 증권업 지수를 17.3%p를 넘기고, 시가총액 기준으론 1조7000억원 초과 증가했다”며 “국내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매력이 제고되면서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주식 투자수요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개인투자자 시장 전망에 대해 향후 규모와 수익구조를 논하긴 이른 시점이나 다소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시장이 개화할 경우 삼성증권의 연간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5.5%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6일 오전 9시 45분 삼성증권 주가는 14만7500원으로 전일대비 6.96% 올랐다. 장중에는 16만3000원도 터치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상향조정한 목표주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 또한 “삼성증권의 주가급등은 처음으로 미국 시장의 개인투자자 유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주가에 작용했다”고 평가하며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으로 증권업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원이 한층 확대되고, 증시에도 추가적인 자금 유입 기대감이 생기며 증권업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