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범죄수사란 무엇인가

2026-05-07 13:00:03 게재

남성이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그의 팔이 잠이 들어 있던 옆자리 여성의 신체에 닿았다. 남성의 행위는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할까.

여성은 강제추행죄와 같은 무거운 범죄의 처벌을 기대하며 신고했으나 경찰은 여성이 제출한 영상과 진술을 토대로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와 함께 검사에게 송치했다. 이처럼 사람의 행위가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범죄수사라고 한다.

검사는 남성을 공연음란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로 공소장을 작성하여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하면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이것이 부정될 경우 공연음란죄로 성립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2심의 허가를 받는다. 2심은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 부본(副本)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채 2심의 공판절차가 진행된 절차적 오류를 지적하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결한다(이를 파기환송이라고 함). 결국 이 남성은 공연음란죄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1년간 취업제한이라는 보안처분 명령을 받는다.

수사기관, 형사법 적용 능력 향상 필요

이처럼 유죄 확정은 수사 기소 재판 3가지 절차로 구분되어 이루어진다. 형사절차는 범죄수사로 시작되나 범죄수사는 형사절차의 일부다. 형사절차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재판도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세번에 걸쳐 진행된다. 형사절차를 엄격하게 설계한 이유는 판단의 오류를 제거함으로써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법기관인 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유죄가 확정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형사절차를 형사사법절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범죄수사로 시작된 유·무죄 판단은 검사의 기소 여부를 거쳐서 법원으로 이어진다. 수사기관과 검사 모두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사법적 업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하는 경찰을 사법경찰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을 받은 검사가 유·무죄 판단을 위해서 수행하는 간단한 사실확인이나 면담은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이는 범죄수사가 아니라 행정조사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행정조사와 범죄수사의 구별은 조사의 주체가 형사사법기관인지 여부다. 검사가 수행하는 유·무죄 판단을 위한 조사나 면담은 모두 범죄수사이다.

매우 과학적이어서 간단하고 수월할 것 같은 의사의 진단도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은 더 어렵다. 행위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그 행위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이를 처벌할 때 적용하는 범죄와 형벌 규정의 문언적 의미는 해석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행위임에도 여러개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선례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선례와 동일한 사건은 없다.

형사사법기관은 실체를 규명하려는 의지와 함께 형법의 해석능력과 형소법의 적용능력이 필요하다. 검사 중심의 형사절차를 분권형 형사절차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유·무죄 판단을 하지 말고 모든 사건을 송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사기관은 형사법 적용능력이 부족하므로 불송치결정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검사와 법원의 절차적 통제로 충분

불송치결정은 불기소결정과 그 성격이 같다. 검사만 기소유예를 포함한 불기소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분권형 형사절차의 취지에 어긋나고, 검사만 형사법 적용능력이 있다는 엘리트주의이다. 불송치결정권은 행사해봐야 그 경험이 쌓이면서 더욱 향상된다. 특사경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형사법 적용능력은 향상하면 된다. 공직시험에 범죄수사 직렬을 신설하는 방법도 있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의 우려를 제기하며 예컨대 수사심의위위회를 설치하여 통제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불송치결정으로 형사절차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검사와 법원의 절차적 통제를 받는다. 범죄수사에 대한 통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