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유연안정성 간의 ‘먼 거리’

2026-05-07 13:00:04 게재

지난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5월부터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는 1년 미만 ‘쪼개기 계약’과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채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는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 불안정한 고용을 보상하기 위해 일종의 퇴직수당격인 ‘공정수당’을 새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118%를 생활임금의 평균으로 보아 ‘적정임금’으로 설정하고 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 복지혜택에서의 차별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공정수당에 대해 노동부 담당자는 “단기계약일 때 더 높은 보상률을 제공해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장기계약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되었다. 기간제 채용을 줄인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번 대책은 대통령의 “불안정한 노동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한다”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 등의 언급에 따른 조치다.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공공부문 2100여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비정규직 실태조사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2025년 12월 기준으로 14만6000명, 1년 미만 계약직은 7만 3000여명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는 공공부문에서 원칙적으로 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을 금지하도록 했는데 잘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법의 사각지대가 있었거나 예외가 너무 넓었거나 했던 모양이다. 계약기간이 짧을수록 임금이 낮았다고 한다.

임금소득 양극화, 사회갈등 중요한 원인

한국 전체로 보면 2025년 8월 현재 비정규직은 856만8000명(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2%)이고, 그 가운데 기간제 노동자는 533만7000명에 이른다(국가데이터처 2025. 10. 22).

또 고용노동부의 ‘2025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결과’(2016.4.30)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했을 때 300인 이상 사업체의 비정규직 임금은 61.1, 300인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 임금은 58.9,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비정규직 임금은 41.5에 불과하다.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로 중첩해서 갈라져 있는 임금소득의 양극화 실상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 규모별 고용형태별 임금소득 양극화는 한국사회 갈등과 분열현상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또는 적어도 해소해 갈 비전이라도 제시되지 않고서는 실질적 의미의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불안정한 고용에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한다는 표현을 보면서 혹시라도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대통령이 거듭 주장해 온 ‘유연안정성(Flexicurity)’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자주 말하기는 했지만 어떤 유연안정성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가 없다. 넓게 추상적으로 본다면 해고와 고용이 쉽고 노동계약의 형태도 유연한 자유시장경제 노동시장(영미형)의 유연성과 유럽형(특히 북유럽 복지국가) 노동시장의 직업 안정성(Security)간의 사이에 있는 어느 지점을 의미할 터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유연성과 안정성의 관계는 상충하는 것이지만 유연안정성 개념을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양자간에 보완적인 관계가 성립한다고 본다. 유연성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고, 노동자에게는 강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해 유연화가 초래하는 불안을 해소한다.

그리고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쉽게 다른 좋은 일자리 찾기가 가능할 정도의 훈련과 교육 및 숙련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EU가 내놓은 '유연안정성의 공통 원리에 대하여: 유연성과 안정성을 통한 보다 많고 보다 좋은 일자리'(2007) 보고서에서는 이 정책을 ① 유연하고 믿을만한 고용 보호정책 ② 평생학습 정책 ③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교육, 훈련 등) ④ 현대적 사회보장 체제의 구축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통합된 정책 다발로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고용보호를 보다 유연하게 하고 그 댓가로 노동자의 소득안정성 제고와 교육 훈련 숙련제고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결합하여 보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 실패 반면교사 삼기를

조금 장황하게 말한 이유는 ‘유연안정성’ 주장이 문재인정부 시기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론도 처음에는 한국경제 시스템의 개혁방향으로서 제시된 것이었고 다양한 정책 요소들의 결합으로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결국은 최저임금인상이라는 단편적이고 왜소한 한가지 단일 정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유연안정성도 다양한 정책 다발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부문 비정규직 수당 신설 하나로 마무리될까봐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소득주도성장론에 담겨있었던 긍정적인 개혁 아이디어들이 통째로 폐기되었듯이, 유연안정성 개념에 담겨있을 국민통합의 비전도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