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경영 한국저영향개발협회장

“폐플라스틱이 재난안전 기반시설로 재탄생”

2026-05-04 13:00:04 게재

커지는 3중 복합위기 ‘에코C큐브’ 개발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 새로운 도전, 기술 나누고 시장 함께 키운다

“폐플라스틱이 새로운 건설자재가 되는 세상이 열릴 겁니다. 돌 나무 시멘트 철 등과 함께 우리가 쓰고 버린 폐플라스틱도 안전한 건축물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죠.”

4월 30일 최경영 한국저영향개발협회장은 인터뷰 내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발명왕으로도 유명한 그는 2021년 신기술 ‘에코C큐브’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이 기술은 2025년 ‘혁신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에디슨 어워즈’ 은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에디슨 어워즈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열린다. 2025년 특별상인 에디슨 성취상 수상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이었다.

“기후위기와 폐플라스틱이라는 이중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폐비닐 어망 등 다양한 재질의 폐플라스틱을 분리하거나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한데 뒤섞인 폐플라스틱들을 한꺼번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녹여(용융) 고강도의 순환 건설자재로 재탄생 시킨 기술이 바로 에코C큐브입니다. 옹벽이나 산사태 방지 구조물 등 재난안전 기반시설 분야에서 다양한 토목 구조물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플라스틱 1톤당 약 3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도 있죠.”

최 협회장과의 인터뷰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협회는 물 에너지 생태 자원순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연기반해법(NbS)을 토대로 저영향개발기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회원사는 60여개다.

최경영 한국저영향개발협회장이 4월 30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에코C큐브’ 신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맨 앞 오른쪽 구조물이 에코C큐브를 적용한 블록으로 해안가 옹벽 등을 만들때 활용된다. 최 협회장은 △서울대 겸임교수(2025년 9월~현재) △경기도·세종시·용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2023년 5월~현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중기벤처 전문위원(2023년 4월~2025년 4월)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수변녹지조성 자문위원(2012년 5월 ~ 2014년 5월)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농업교육과(학사)를 졸업한 뒤 건국대에서 하천수리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 김아영 기자

인공지능 기술로 재질 분리 등 불필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재질 분리나 세척은 필수죠. 더욱이 고온에서 폐플라스틱을 태우면 온실가스 발생은 물론 유해가스 배출 등 다양한 환경문제 우려가 있어요. 플라스틱은 재질별로 녹는 온도가 달라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플라스틱 재질 종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녹는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죠. 이 기술을 적용하면 플라스틱을 전부 녹일 필요가 없어요. 약 50~70%만 녹으면, 녹지 않은 나머지 조각들도 콘크리트 속 자갈처럼 제품 안에 그대로 채워져 구조를 잡아줘요. 덕분에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도 훨씬 덜 쓸 수 있죠. 또한 이를 디지털 트윈 기술(공장 설비를 가상으로 구현)과 결합하면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아도 알아서 최적의 공정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가 옹벽은 파도와 염분, 습기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탓에 콘크리트가 쉽게 부식되고 오래 버티지 못한다. 최 협회장은 이 문제를 에코C큐브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물과 염분에 강해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 옹벽 표면은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내부를 에코C큐브로 채우는 구조로 설계를 하면 겉보기엔 일반 옹벽과 다를 바 없으면서도 훨씬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잡아당기거나 휘는 힘에는 약한 소재입니다. 해안 옹벽은 파도가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환경에 놓여 있어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기 쉽고 이를 보완하려 넣은 철근마저 바닷물 염분에 녹슬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합니다. 에코C큐브는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잡아당기는 힘에 버티는 능력, 즉 인장강도가 콘크리트보다 높고 염분에도 부식되지 않아 파도가 반복적으로 치는 해안 환경에 구조적으로 더 적합하죠. 현장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입증 했죠.”

재활용 고정관념 깨고 상생플랫폼 운영

신기술을 개발한 최 협회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바로 에코C큐브 기술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 플랫폼인 ‘윈윈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 배출 기업과 이를 가공해 에코C큐브를 만드는 제조기업, 실제 공사에 활용하는 건설사·공기업, 그리고 기술 표준화와 품질관리를 총괄하는 협회 등이 톱니바퀴처럼 함께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구조다.

“저영향개발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관련 업체들이 영세한 경우가 많아요. 좋은 기술은 혼자만 독점하는 게 아니라 함께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면 탄소중립 달성도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본인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혼자만의 이익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는 게 최 협회장의 바람이다. 기술을 공유하다 보면 무단으로 도용당할 위험은 없냐는 질문에 최 협회장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특허로 핵심 기술은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계약 체결 시 관련 대응은 충분히 할 수 있죠. 기술이나 기업 활동이 돈을 버는 게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협회가 투수포장 업계의 자발적 책임을 공개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투수블록이 시공 후 불과 1~2년 만에 투수성능을 잃고 있음에도 생산자 시공자 발주기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협회는 투수블록을 생산·공급하는 기업들이 먼저 나서 투수성능의 장기 유지를 스스로의 책임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발주기관도 이 책임의 사슬에 함께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성능기반의 투수포장 표준과 유지관리 제도, 실효성 있는 보상 체계를 민관이 함께 구축해야만 진정한 물순환 도시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하나로 세상이 바뀌진 않죠. 그래도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에코C큐브 등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폐기물관리법부터 공공조달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우리가 제도를 고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길은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용인=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자연기반해법 = 홍수·가뭄·폭염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의 힘을 활용하는 접근법이다. 습지를 복원해 홍수를 막고, 도시 숲을 조성해 열섬 현상을 줄이는 식이다. 자연이 스스로 작동하는 원리에 기대어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는 게 특징이다.

■저영향개발기법 = 도시를 개발할 때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자연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게 설계하는 방법이다. 투수블록이나 빗물정원 식생수로 등을 활용해 빗물을 현장에서 직접 흡수·정화·저류함으로써 도심 침수와 환경오염을 동시에 해결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최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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