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연준 독립성, 수장 교체보다 중요하다
요즘 전세계 금융시장의 아이콘은 캐빈 워시다. 내주 말 이임하는 파월에 이어 세계 경제 수장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독립성 확보 여부다. 금리인하를 원하는 백악관에 충성할지 아니면 자산버블에 대한 매파적인 소신을 지킬지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상승세인 단기 미 국채수익률을 보면 시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치를 낮춘 모양새다. 워시도 상원 청문회에서 정책방향보다는 연준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이른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과 시행 범위를 다시 정하겠다는 의미다. 과도한 시장과의 소통은 정책 권위를 떨어뜨리고 시장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점도표나 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의 기자회견도 취소 대상인 셈이다.
캐빈 워시의 연준 개혁, 촉각 곤두세우는 금융 시장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연준이 보유한 6조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해외투자 수지 조정을 통한 외부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해외에 투자한 자산은 42조9600억달러다. 반면 외국인이 미국 내 투자한 액수인 부채는 70조4900억 달러다. 대외 투자계정 수지로 따지면 27조5400억달러 적자다. 2010년 말 기준 순 부채 규모가 2조5100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년간 25조달러 늘어난 셈이다. 미국 극내총생산(GDP)의 88%이자 세계 GDP의 24%에 달하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미국 대외투자계정 순 부채는 GDP의 약 12.9%, 세계 GDP의 약 3.5%였다. 그동안 미국은 막대한 글로벌 차입으로 순수익을 올리는 과도한 달러특권을 누렸는 의미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부터 2025년까지 달러 특권으로 올린 순수익은 2조8500억달러다. 2017년에는 2579억4000만달러를 벌어들였을 정도다. 물론 2024년에는 410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률로 따지면 0.15%다. 해외 투자자금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시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 투자자금으로 거둔 순 수익률은 약 0.05%다. 연준 금융계정에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기업지분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20조5000억달러다. 같은 기간 미국 투자자의 외국 기업 지분 보유액은 15조달러다.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기업 지분 보유액은 지난 3년간 7조1000억달러 늘었다.
해외 투자자본을 끌어들인 동력은 미국 증시 상승세다. 나스닥지수는 202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122% 올랐다. S&P500 지수(78%)와 다우지수(45%)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만 놓고 보면 미국의 순 해외투자액은 5조5000억달러 마이너스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이 보유한 해외금융 채권은 24조3000억달러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금융 채권은 45조달러다. 미국의 해외 투자계정 흑자가 20조7000억달러인 셈이다.
해외 투자계정은 한 나라의 대외자산과 부채잔액을 표시한 일종의 대차대조표다. 미국 기업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순자본 증가액은 1269억8000만달러다. 국제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량은 9조2700억달러다. 2년 만에 1조8700억달러나 늘었다.
달러화의 과도한 특권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대외 투자계정의 순 부채는 글로벌 전체 GDP의 1/4수준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부채를 소폭이라도 조정하면 미국에 투자한 국가에 엄청난 나비 효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신임 의장의 대차대조표 축소 여부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연준 유동성 긴축이 미국과 국외투자자 모두에게 대칭적으로 시행되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비대칭적일 경우 미국의 대외 투자계정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 금융시장과 일부 자산가격에 조정과 혼란을 줄 요인이다.
한국도 연준 정책변화로 인한 외부효과에 주목해야
글로벌 각국이 연준의 정책변화로 인한 외부효과에 각별히 주목해야 할 시기다. 금리인하 주기에서 중립입장으로 선회했으나 중동사태 진전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자본시장일수록 연준 발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앙은행 수장을 교체한 한국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정치적 간섭에 대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중앙은행이 정책을 설명도 변명도 없이 권위를 지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