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외국계 놀이터된 ‘K-소비시장’

2026-05-07 13:00:05 게재

해외고가품(명품)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제멋대로다. 가격만 올리는 건 그나마 ‘양반’ 이다. 인건비나 재료값 상승 같은 명분과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올리는 건 무슨 경우인지….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봉’ 취급당하는 것 같아 마음에 상처까지 긁힌다.

상처받을 일은 또 있다. 일부 명품은 해외계열사로부터 싸게 사서 한국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왔다는 게 들통났다. 한국시장에선 값은 값대로 올려 받고 이문은 남길대로 남겨 먹었단 얘기다. 군소리 없이 명품를 구매했던 K-애호가(?) 뒤통수를 갈긴 꼴이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 중 한곳인 루이비통이 그랬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루이비통은 국내 판매가격을 3년간 40% 올리면서 해외 계열사에서 수입해 오는 가격은 최소 7% 낮췄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전량을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특수관계 법인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입가격은 국내 소매 판매가격에 일정할인율을 곱해 산출한다. 한국에서 판매할 가격을 먼저 정한 뒤 일정 비율을 적용한다. 한국법인이 해외계열사로부터 사오는 가격을 정하는 식이다. 한국에선 일단 많이 남겨먹겠다는 심보다. 명품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는 꼼수다.

루이비통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보복소비로 명품 수요가 급증하자 2021년에만 5차례 가격을 올렸다. 이어 2022년(두차례) 2023년(한차례) 2024년(두차례) 2025년(다섯차례) 등 수시로 가격을 인상했다.

루이비통 매출액은 2019년 7846억원에서 지난해 1조8543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549억원에서 5256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관세청은 ‘특수관계자 사이에서 수입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관세를 덜 납부했다’며 수백억원대 관세를 추징했다. 루이비통은 불복해 심판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했던가. 한국에서 제품가격을 제멋대로 올리는 건 외국계 프랜차이즈 식음료업체도 마찬가지다. 미국계 써브웨이는 이달 7일부터 샌드위치 메뉴가격을 평균 2.8% 올린다. 앞서 2월 20일 맥도날드 역시 햄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KFC도 치킨 메뉴 23종 가격을 올렸다.

반면 토종 치킨프랜차이즈 비비큐는 반대행보다. 치킨 판매가격은 물론 가맹점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생차원이라지만 중동사태 전후로 민생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는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연초 이후 국내 식음료업체들이 잇따라 제품가격을 내린 배경과 무관치 않다. K-소비시장이 시나브로 외국계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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