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12조달러 회사채도 알고리즘 거래
채권시장 전자화 가속
8800억원 채권 1시간내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바클레이스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말 기준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500만달러 이상 블록 거래의 약 35%가 전자 견적 요청, 즉 RFQ(Request for Quote)와 포트폴리오 거래를 통해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전 7%에 그쳤던 비중이 5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전환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조르니차 토도로바와 안드레아 디아스 라푸엔테에 따르면 2025년은 전체 회사채 거래에서 전자 RFQ 비중이 40%로 올라서며 처음으로 전화 기반 거래를 3%p 앞선 해였다. 전자 채권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이 플랫폼에서 전자 RFQ로 체결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거래량의 약 54%는 이미 알고리즘이 처리하고 있다.
자동화 확산은 거래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냈다. 전자거래 플랫폼 마켓액세스의 자체 가격 자료에 따르면 500만달러 초과 거래의 매수·매도 호가 차이는 2년 전 약 7.6bp에서 올 1분기 약 4.7bp로 줄었다. 유동성이 낮은 채권을 살 때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 부담이 줄면서 기업 차입비용을 낮추는 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운용 현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채권 트레이더 마크 클레그는 "3월 초 이란 전쟁 여파로 시장이 흔들리던 때에도 전자 플랫폼을 통해 6억달러 규모(약 8800억원 수준) 포트폴리오 거래를 1시간 안에 마쳤다"고 밝혔다. 일부 채권을 팔고 만기가 짧은 다른 채권을 사들이는 거래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딜러에게 전화를 돌려 가격을 흥정하느라 며칠이 걸렸을 작업이다. 올스프링의 글로벌 채권팀 운용 규모는 570억달러다.
다만 알고리즘 거래가 채권 매매 현장을 모두 대신하는 단계는 아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블록 거래의 65%는 여전히 전문 트레이더가 처리한다. 그러나 월가 채권 전문가들은 전자 플랫폼 비중이 최대 60%까지 올라가며 현재 구조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형 월가 은행들도 자동화 역량을 키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알고리즘은 현재 최대 1200만달러(약 177억원) 규모 거래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매싱엄 글로벌 신용 자동거래 책임자는 "500만달러 이상 투자등급 거래가 전체 알고리즘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 전 한 자리 수준에서 현재 12%로 커졌다"고 밝혔다. JP모건도 고객 수요에 맞춰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있는 명목 거래 규모를 최근 몇 년 사이 5배로 늘렸다. 치 은젤루 JP모건 퀀트 트레이딩·리서치 책임자는 "이는 마치 전문 트레이더가 고도로 자동화된 항공기를 감시하는 조종사처럼 감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