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 이혼 후 자녀가 갑자기 사라지면
필자가 20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작년 말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후 형사 분야 못지않게 도움 요청이 쏟아진 곳은 의외로 ‘이혼 현장’이었다. 특히 검사 시절 쌓은 ‘국제통’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국제 결혼 부부나 해외 거주 한국인 부부의 ‘국제 이혼’ 상담이 주를 이루었다. 이때 가장 절망적 상황은 미성년 자녀의 소재조차 모르는 경우다. 국내면 아이를 찾을 수 있으리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겠지만 배우자가 자녀와 함께 해외로 사라지면 남겨진 부모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국경의 장벽 앞에 무기력함을 절감하는 부모들에게, 필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력한 무기인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 협약은 16세 미만 아동이 체약국(협약 가입 국가)사이에서 불법적으로 이동되었을 때, 아동을 원래 살던 나라인 ‘상거소국(常居所國)’으로 신속하게 반환하기 위해 제정된 대표적 국제 아동 인권 협약이다. 한국에는 2013년 3월 1일 발효되었고, 체약국은 현재 103개국이다. 흔히 부모의 국적이 다른 국제 결혼에만 적용된다고 오해하나, 부모의 국적이 같더라도 아이가 이동한 국가와 원 거주 국가가 모두 체약국이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법률 제정의 소회
필자는 과거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 재직 시절 이 협약의 국내 발효와 동시에 시행된 이행법률 및 법무부령 제정을 담당했다. 당시 법무부 검사 시절의 치열한 고민들이 이제 변호사인 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을 위한 실질적 해법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협약의 가치를 알리고 활용해야 한다는 묘한 책임감을 느낀다.
협약은 법원의 사법절차와 별개로 각국이 중앙당국을 통해 아동반환 지원 등을 행정적으로 총괄토록 했는데, 우리 중앙당국은 법무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으로 탈취된 아동의 소재 발견·분쟁의 우호적 해결 권고 등을 담당한다. 사법절차인 아동반환 청구 사건은 서울가정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는 가사비송사건이다. 법원은 누가 양육권자인지 본안 판단 전에 ‘상거소국으로의 신속한 반환’을 우선하는 협약의 취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청구일로부터 6주 이내에 아동 반환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가사비송사건에서 법원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아동의 출입국·소재·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이 허용되는 등 사법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아동탈취 사건은 국제적으로 중요 외교 사안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빈번하므로, 실효성 있는 아동 반환을 위해 가정법원의 가사비송사건과 별도로 법무부의 행정적 지원 신청을 투트랙(two-track)으로 병행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형사적 해결책도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부모 중 일방의 아동 탈취가 별도의 연방범죄인 미국과 달리, 우리는 별도 처벌 규정은 없다. 또한 부모 중 일방이 불법적 물리력 행사 없이 미성년 자녀를 옮겨 양육했다면,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원칙적으로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할 때, 개별 사건마다 그 구체적 경위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법·행정적 해법 복합적 검토 필요
국제 결혼과 이혼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아동을 뺏긴 부모가 협약의 존재조차 모른 채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관심이 시급하다. 또한, 아동 반환 관련 모든 법적 절차 그 어느 단계에서도 근본적 판단 기준은 아동의 권익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무법인 LKB평산
대표변호사(국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