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포괄임금’이라는 이름의 허상과 작별할 시간
최근 고용노동부가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00여곳을 대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 감독’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서비스, 정보통신(IT), 영상 콘텐츠 산업 등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몰린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짜 야근’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그간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모두 흡수해 버리는 전천후 방패처럼 통용돼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방패 곳곳에 균열이 가고 있다. ‘공짜 야근’이라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포괄임금제 법적 한계와 임금 지급의 정당성
우리가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포괄임금제라는 용어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는 근로기준법상에 명시된 제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원칙은 실근로시간을 측정해 그에 따른 수당을 가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감시·단속, 외근 위주의 근로형태와 같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해온 것에 불과하다. 즉 포괄임금 약정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가 연장 ·휴일·야간근로에 대한 근로자의 동의권을 박탈하거나 실근로시간에 따른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해 주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여러차례 포괄임금제를 정리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이재명정부의 지침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포괄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근무형태가 아니라면 효력이 없다. 나아가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산출된 법정 수당이 사전에 정해둔 고정 수당보다 많은 경우라면 사용자는 반드시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임금체불에 해당하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제 기업들은 포괄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어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점유하던 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리스크와 투명한 근로시간제로 전환
사용자들이 이번 지침에서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부분은 근로시간 기록 및 관리 의무의 강화다. 과거에는 ‘우리 회사는 포괄임금제라 별도의 시간 체크가 필요 없다’는 논리가 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근로시간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면 입증 책임의 무게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쏠릴것이다.
사용자가 관행이라는 방패 뒤에 안주할 때 근로자의 스마트폰은 이미 가장 강력한 증거 수집기로 작동되고 있다. 앞으로 근로자가 자신의 메신저 로그, 교통카드 기록, 업무 일지 등을 근거로 초과 근로를 주장할 때, 사용자가 이를 반박할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면 노동당국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줄것이다. 기록되지 않은 근로시간은 언제든 기업의 경영을 위협하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히 포괄임금을 금지하고 모든 직무에 획일적인 출·퇴근 체크를 강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업무의 성격상 근로시간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직무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도입해야 한다.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기업 고유의 직무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해 설계하는 맞춤형 인사 전략이 수반돼야 실질적인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다.
아울러 아직도 일부 사업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퇴직금을 월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관행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향후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진정으로 이어져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뿐이다. 이제라도 수당 항목을 명확히 분리하고 법적 기준에 맞는 정교한 임금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함이 기업의 실력이 되는 시대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과 그에 따른 공정한 보상은 결코 비용의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정당한 보상은 노사 간 신뢰의 시작점이며, 그 신뢰야말로 기업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결국 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저렴한 경영 비용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포괄’이라는 허상과 악습을 걷어내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나아갈 시간이다.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함이 곧 기업의 실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유상건
유정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