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통합 논쟁' 6.3 광역단체장 선거 흔든다
전남·광주 준비상황 전국이 주시
충청·영남선 책임공방·노선대결
이번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정권 안정론과 견제론, 지역별 후보 구도, 정당 지지층 결집이 맞붙는 구도 전쟁 성격이 강하다. 행정통합이 선거 전체를 좌우하는 단일 쟁점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정부 권한, 공공기관 이전, 산업 입지, 광역교통망, 재정 특례가 주요 공약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행정통합은 후보들이 지역 미래 비전을 설명하거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주요 정책 소재가 되고 있다.
◆전남·광주, 전국의 기준점 = 가장 앞서간 곳은 전남·광주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7월 1일 출범을 앞두고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통합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통합을 결정한 뒤에도 주청사 위치, 공공조직 통폐합, 통합 의회 구성, 공무원 조직 조정, 자치법규 정비, 정보시스템 통합 등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주청사 문제와 재정·권한 배분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전남·광주 사례는 다른 지역 행정통합 논의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통합특별시가 중앙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권한과 재정 특례를 확보하는지, 청사·조직·재정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따라 다른 권역 후보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합이 실질적 권한 이양과 재정 확대로 이어지면 추진 명분이 커지지만, 준비 과정에서 갈등과 중앙정부 협의 난항이 부각되면 부담스러운 의제로 바뀔 수 있다.
◆충청권, 대립구도 지속 = 충남도와 대전시 행정통합 무산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항구적 재정과 실질적 권한이양 없는 행정통합에 부정적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충남은 통합 찬성 여론이 많은 반면 대전은 반대 여론이 많아 지역별 온도차도 크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는 지방선거 직후 대전시장과 ‘행정통합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2028년 총선과 함께 통합단체장 선거를 치른다면 임기도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도 “통합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주민투표를 통해 대전시민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이재명정부에서 통합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는 “항구적 재정과 실질적 권한이 이양된다면 행정통합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계획”이라고 밝혀 조건부 추진론을 유지하고 있다.
◆영남권, 방식 놓고 노선대결 =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방선거 전 처리에 실패했고, 통합 논의는 민선 9기 이후 재추진 과제로 넘어갔다. 남은 선거 과정에서는 단순 찬반보다 무산 책임론과 재추진 방식을 둘러싼 노선 경쟁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북 북부권 반발, 청사 위치, 특별법 보완, 재정 특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 확보 여부도 여전히 과제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통합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책임론보다 재추진 필요성에 무게를 두며 2년 뒤 총선과 함께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추 후보는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TK신공항 국가사업 전환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북지사 선거에서도 오중기 민주당 후보와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 모두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오 후보는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북부권 재도약으로 연결하겠다는 점을, 이 후보는 민선 9기 재추진과 북부권 균형발전 보완을 앞세우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메가시티 복원론과 행정통합론이 맞붙는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 민주당 후보들은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를 공동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별연합을 우선 복원한 뒤 장기적으로 행정통합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통한 특별시 구상에 무게를 둔다. 같은 초광역 협력 의제이지만 민주당은 연합·협력 방식에, 국민의힘은 행정체계 재편 방식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권한·재정 이관이 본질 = 선거 현장에서 행정통합 논의는 양면성을 가진다. 후보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이전, 첨단산업 유치, 광역교통망 구축, 대학·병원 유치 등 대형 공약과 연결해 지역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 입장에서는 청사 위치, 세금과 재정 배분, 생활권 변화, 공무원 조직 개편, 지역 정체성 훼손 같은 현실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핵심은 중앙정부와의 관계다. 통합 지방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중앙정부 권한이 실제로 넘어오지 않으면 행정구역만 커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재정 특례도 마찬가지다. 통합 비용과 균형발전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통합특별시 내부 지역 간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남·광주 준비 상황을 전국 정치권이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행정통합은 ‘통합 찬반’보다 ‘어떤 방식의 통합인가’를 묻는 쟁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남·광주는 통합 이후 운영체계를 만드는 첫 시험대가 됐고, 충남·대전과 대구·경북은 무산된 통합 논의를 선거 이후 어떻게 복원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울경은 메가시티와 행정통합이라는 두 노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김신일·홍범택·윤여운·곽재우·서원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