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반발, 청원 70% 넘었다

2026-05-18 13:00:16 게재

금투세 폐지 후 커지는 ‘가상자산 과세’ 논란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정 이후 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문제와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은 공개된 지 6일 만에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의 70%를 넘어섰다. 청원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와 피해 구제 제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과세만 먼저 시행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자산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공매도 규제, 엄격한 상장 심사, 투자자 보호 기금, 불공정 거래 감시 체계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사기성 프로젝트나 부실 상장 등 투자 위험이 높은 시장 환경을 방치한 채 세수 확보에만 집중하는 것은 정책적 선후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대다수 투자자가 장기 하락장에서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제도적 기반 없이 과세를 강행하면 실질 체감 수익과 괴리된 세 부담이 발생해 자산 형성이 어려운 청년층 등의 재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청원 내용에 포함됐다.

학계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내년에 주식 투자로 1000만원을 벌면 세금이 0원인 반면 가상자산은 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22%의 세율이 적용돼 약 16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위배 문제를 제기했다.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 역시 시장 여건과 과세 인프라 측면에서 과세 필요성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송언석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부과 규정을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 체계의 형평성과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미 국내 가상자산에 부가가치세 체계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소득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소지가 있으며, 해외 거래소 이용자 파악의 난해함과 비거주 외국인의 취득가 산정 등 실무적·행정적 한계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도 법안 발의 배경으로 꼽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수년간 몇 차례 시행 유예를 반복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수익에 22%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음 도입됐으나 과세 인프라 부족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시행 시점이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2022년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선 정비 후 과세’ 기조가 정립됐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2025년으로 다시 2년 연기되는 두번째 유예를 맞이했다. 2024년 말에는 금투세 폐지 조치와 맞물려 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고, 결국 국회 합의를 거쳐 시행일이 2027년 1월 1일로 재차 미뤄진 바 있다.

현재 가상자산 과세 폐지 여론은 조세 형평성이라는 원칙적 문제와 시장 위축이라는 현실적 요인 그리고 수차례 연기돼온 제도의 불완전성이 맞물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2027년 1월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국민청원과 야당의 반대로 정책적 압박이 커진 모습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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