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저항감…스마트폰 끄고 만나는 Z세대
‘러다이트 모임’서 독서·퍼즐
디지털 피로 벗고 직접 만남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사람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첫 세대가 오히려 기술이 자신들의 집중력과 인간관계에 남긴 비용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서머 오브 러드’ 축제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행사 홍보도 SNS 대신 포스터와 입소문에 의존했다. 그 영향으로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20대로,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에 대한 불편함을 공유했다. 행사장에서는 “아이패드 세대를 해방하자”, “제미나이도, GPT도, 그록도, 클로드도 없다”는 구호가 나왔다. 일부 기기는 재판을 거쳐 상징적으로 ‘처형’됐다.
이들은 19세기 기계화에 반발했던 영국 섬유 노동자 ‘러다이트’의 이름을 빌렸지만 모든 기술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위치 추적과 개인정보를 파고드는 알고리즘, 스마트폰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삼는다.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도 겹쳤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가 2024년 조사한 결과 Z세대의 약 4분의 1은 스마트폰이 아예 발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를 지지했다. 마리스트 조사에서는 Z세대의 70%는 AI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변화는 생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앱을 지우거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과 카세트테이프를 찾는다. 새로 생긴 ‘러다이트 클럽’에서는 일정 시간 휴대전화와 SNS를 끊고 책 읽기, 정원 가꾸기, 퍼즐 맞추기 같은 활동을 함께 한다. 화면을 끝없이 넘겨보는 ‘둠스크롤링’의 반대편에 손으로 만지고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고급 생활’로 소개하는 게시물도 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일이 불편을 감수하는 금욕이 아니라 여유와 집중력을 되찾는 선택으로 재해석되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열풍은 온라인에서 확산된다. 오래된 아이팟으로 바꾸자는 틱톡 영상은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했고, 사진 중심 SNS ‘루레’는 “좋아요가 아니라 삶에 관한 것”이라는 문구로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버리기 어려운 현실도 남아 있다. ‘서머 오브 러드’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은 길 찾기를 위해 일행의 ‘지정 스마트폰 사용자’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기술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조차 온라인의 확산력과 스마트폰의 편의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없이 지낸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선명한 변화를 남겼다. 3년 전 스마트폰을 포기한 25세 닉 플란테는 다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아마 평생 가장 좋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