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오사카 1시간, 초거대 경제권 구상
리니어신칸센 2036년 개통 … “시·공간 압축으로 6600만명 인구, 프랑스 크기 GDP”
신칸센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 최초 고속열차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는 첫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칸센은 전후 경제부흥과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을 상징했다.
일본이 신칸센보다 2배 빠른 초고속열차를 2036년 선보인다. 도쿄-오사카를 1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단순한 철도 신설을 넘어 국토의 시·공간적 압축을 통한 거대 경제권의 탄생을 목표로 한다.
10년 공사중단 끝내고 본격 추진
스즈키 야스토모 시즈오카현 지사는 지난 7일 JR도카이가 추진하는 ‘리니어중앙신칸센’ 시즈오카 공사구간에 대한 착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발로 2017년 이후 10년 가까이 공사를 하지 못했던 구간이다.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면 2036년 나고야-도쿄 전구간이 개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니어신칸센은 기존 신칸센과 대비해 주행방식과 노선 등이 다르다. 차량에 장착된 초전도 자석과 주행 선로인 ‘가이드웨이’에 설치된 코일의 반발력과 흡인력을 이용한 자기부상 방식이다. 최고 시속 5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JR도카이는 이달 말 선로 공사가 완료된 구간에서 일반인도 참가한 가운데 40㎞ 가량을 시험주행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노선도 다르다. 현재 신칸센이 도쿄-나고야-오사카를 잇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곡선형으로 거리가 길다. 하지만 새 신칸센은 나고야-도쿄 노선을 내륙 산악지대에 터널로 뚫어 직선화했기 때문에 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도쿄-나고야 구간(286㎞)의 80% 이상이 터널로 이뤄졌다. 그 만큼 난공사 구간이 많고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공사 주체인 JR도카이는 이 구간 총 공사비를 당초 5조2000억엔에서 11조엔(약 105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인건비와 자재비 등의 가격상승 등을 반영했다. 나머지 나고야-오사카 구간(148㎞)은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 도쿄-나고야 구간이 완공된 이후 착공한다는 구상이지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오사카부와 나라현 등 해당 구간 자자체 장은 지난 7일 JR도카이 본사를 방문해 조기 착공을 요청했다.
일본 연립여당 ‘일본 유신회’ 대표를 맡고 있는 요시무라 요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리니어신칸센을 오사카까지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드는 것은 일본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며 “오사카는 JR도카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와 언론은 새로운 신칸센이 완공되면 국토의 강인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진과 화산, 태풍 등 자연재해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일본은 기간 인프라의 안전성을 중대한 국가적 정책 과제로 내세운다. 따라서 새 노선은 기존 신칸센이 지진과 태풍 등에 노출돼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일본 열도의 동서간 이동이 정지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본 1~3위 대도시 하나로 연결
리니어신칸센(438㎞) 전 구간이 완공되면 기존 신칸센(553㎞) 보다 주행거리가 115㎞나 짧아진다. 주행시간은 2시간20분에서 1시간7분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된다. 도쿄-나고야 구간은 1시간30분에서 40분으로 줄어든다. 일본 1위(도쿄) 2위(오사카) 3위(나고야) 도시가 1시간 거리로 좁혀진다. 서울과 부산 거리를 1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직접적 경제효과는 향후 50년간 도쿄-나고야 구간 10조7000억엔, 도쿄-오사카 전구간 16조8000억엔(약 1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와 연구기관의 각종 보고서는 새 신칸센 개통이 가져올 편익으로 ‘이동시간이 줄어든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교통 편익의 증진을 넘어서 ‘생산성 향상과 경제권 통합’을 통한 국가경쟁력의 강화로 보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3년 수립한 ‘국토형성계획’ 보고서에서 새 신칸센이 개통되면 일본 3대 대도시권이 하나의 ‘중앙회랑’을 형성하고 ‘슈퍼 메가시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들 3대 도시권을 하나로 묶으면 인구 6600만명과 명목GDP 330조엔(약 3100조원)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 크기의 경제권이 새롭게 생긴다고 평가했다.
이들 도시권은 각각 △행정과 금융, 인공지능(도쿄) △자동차 및 공작기계(나고야) △상업과 각종 기계공업(오사카)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들 도시를 하나의 거대경제권으로 통합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가타야먀 사츠키 재무상은 지난 5월 열린 행사에서 “국가의 성장전략과 성장투자, 위기관리투자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리니어신칸센 추진에 주력하겠다”면서 “이 노선이 완성되면 새로 형성되는 경제권은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를 살펴보면 산업적 측면에서 △제조업 공급망 강화 △서비스업 활성화 △첨단 산업의 혁신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도쿄를 중심으로 수도권은 서비스업이 더 활성화되고 나고야와 오사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활동이 활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 향상도 기대된다. 공간과 시간의 단축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업장의 실질적 집적도를 높여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업 종사자 1인당 데이터 통신량이 증가하면 노동생산성도 향상된다. 일본정부는 “기업간 협업이 강화되고 이 과정에서 각종 기술교류와 연구개발(R&D),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로자의 고용과 주민생활의 변화도 예상된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출퇴근이 가능해지고, 거주지 선택도 확대된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이 정착될 수도 있다. 지방에서 대도시로 출퇴근과 통학이 쉬워지고,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각종 레저와 여가생활의 방식도 변화할 수 있다. 도쿄에서 일본의 지붕으로 불리는 ‘남알프스’가 있는 나가노 등지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밖에 도쿄 도심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크게 늘면서 새로 생기는 역 주변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등의 수요가 커질 수도 있다.
도쿄로 몰리는 ‘빨대 효과’ 우려
리니어신칸센 개통이 가져올 가장 큰 우려는 이른바 ‘빨대 효과’다.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도쿄 집중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정권 이후 도쿄 일극체제 극복과 지방살리기를 국정의 주요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해 온 성과가 희석될 수도 있다.
일본지역학회는 착공 당시 보고서를 통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 큰 지역으로 사람과 경제가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나고야 인근 지자체는 새로운 신칸센 개통으로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가 흡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신칸센을 개통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백화점 매출 감소 △지역상권 약화 △청년층 유출 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만 역세권 개발에 성공한 지역은 △관광객 증가 △기업 유치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효과를 누렸다. 결국 초거대 경제권의 형성은 지방 중소도시에게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주어지는 셈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나고야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 도쿄로 근거지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도요타 자동차는 현재 본사가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지만 이미 새 신칸센 도쿄 출발점인 시나가와역 인근에 대규모 복합빌딩을 건설하면서 별도의 본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이 나고야나 오사카 등지에 별도의 본사나 지사를 두지 않고도 현지에서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향후 공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비용과 환경 및 기술적 문제도 우려가 나온다. 대부분 터널 공사여서 건설비가 치솟고 수익성은 악화할 수도 있다. 최근 기후현에서 발생한 지하수문제 등 환경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환경과 안전 문제는 경우에 따라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는 요인이다.
교통행정 전문가인 야마우치 히로타카 히토츠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주택 개발 등을 수반하는 도시철도와 비교하면 리니어신칸센은 지역에 가져오는 효과를 주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