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47% 차지
세계 원전시장 ‘지역별 양극화’ 뚜렷
제안·검토단계에선 북미·유럽이 많아
전 세계 원전시장의 무게중심이 비(非)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원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북미는 정책전환을 바탕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향후 세계 원전시장은 지역별로 서로 다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계획단계 중국·러시아 비중이 58% = 13일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최근 발표한 ‘원자력에너지 전망’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총 70.8GWe(기가와트 전기출력) 규모다.
이 가운데 약 22%만 OECD 국가에서 건설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비OECD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건설 중인 원전 설비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70.8GWe, 46.9%)에 집중돼 있어 세계 원전건설을 사실상 중국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단계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 계획단계 원전은 총 85.7GWe 규모로, 중국이 28.2GWe, 러시아가 21.7GWe를 차지했다. 두 나라 비중이 전체의 58.2%에 달했다. 두 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해왔다.
반면 아직 최종 투자 결정 이전인 제안(Proposed) 및 검토(Prospective) 단계에서는 유럽과 북미가 강세를 보였다. OECD 국가의 제안단계 프로젝트는 94GWe로 비OECD 국가(63GWe)를 크게 웃돌았으며, 이 가운데 유럽이 46GWe 였다.
북미 역시 검토단계에서 약 295GWe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해 최근 유럽 각국이 원전친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40년 이후 비OECD 국가가 원전 확대 주도 = 원자로 기술경쟁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화룽원과 러시아의 VVER 노형이 현재 신규 원전건설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정부차원의 금융지원을 앞세워 이집트 헝가리 튀르키예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해외수출보다 자국시장 중심의 건설비중이 높지만 막대한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원전 건설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추세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까지 세계 원전 설비용량이 꾸준히 증가하지만 성장의 중심은 비OECD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OECD 국가에서는 기술적으로 장기운전이 어려운 일부 노후원전이 퇴역하는 반면 비OECD 국가들은 같은 기간 약 140GWe 규모의 신규 원전을 도입하며 설비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세계 원전시장의 중심축도 점차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OECD 국가들은 세계 원자력 발전량의 3분의 2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비OECD 국가들의 공격적인 신규 건설이 이어질 경우 향후 10여 년 동안 OECD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원전산업의 주도권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점차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SMR, 2050년 산업에너지 수요 85% 충족 가능 = 한편 2025년 10월말 기준 전 세계 32개국에서 총 442기(약 398GWe)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신규 원전개발은 건설 중인 프로젝트(70.8GWe)뿐 아니라 계획(85.7GWe) 제안(157.1GWe) 검토(570.5GWe) 단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NEA는 “현재와 같은 투자와 건설속도로는 국제사회(2023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두바이 개최)가 제시한 2050년 원전 설비용량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1970~1980년대 수준의 원전 건설 속도를 회복하고, 향후 25년간 약 5조1000억달러(약 7660조원) 규모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해서는 “2050년 기준 세계 산업 에너지수요의 85% 이상을 충족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화학공장, 석유·가스, 지역난방, 해상 추진, 광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