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심화되는 양극화, 해소방안 머리 맞대야

2026-07-13 13:00:0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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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반도체 호황과 함께 업종별·기업규모별·지역별 양극화가 다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반복해서 제기됐던 오래된 숙제다.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반도체 호황이 특정 업종과 기업, 지역에만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양극화는 단순한 분배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핵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20년 넘도록 똑같은 과제에 직면

‘수출은 호황인데 투자와 소비 등 내수는 침체상태에 있다. 제조업은 수출호황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인 반면 서비스산업은 그렇지 못하다. 업종 간에도 이른바 정보기술(IT) 등 첨단업종은 고성장세를 유지하는 반면 전통적 업종은 침체상태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이 문장들은 2005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펴낸 '산업 양극화 문제 해소방안' 서문에 들어있다. 20년이 넘도록 우리 경제사회는 똑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당시는 양극화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보다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주요 의제로 다루었으며 국책기관이 모두 달려들어 머리를 맞대고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양극화 해소에 대한 관심보다는 초호황의 끝단에 있는 일부 업종에 대한 관심만 높을 뿐이다.

반도체 호황이 반영된 각종 경제지표는 심화되는 양극화를 말해준다. 숫자는 편향과 착시를 불러온다. 1분기 727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09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4% 증가했다. 수익성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은 83조8600억원으로 전체 76.1%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 합산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은 2.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상반기 수출은 496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를 견인한 품목도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163% 늘었다. 반도체 외 품목 수출의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기업규모별에서도 양극화 모습이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6%인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0.89%로 6배 차이가 난다.

양극화는 지역과 가계 범주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발표 기준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순자산은 6.1%가 감소한 반면 상위 20%(소득 5분위) 순자산은 8.0% 증가했다. 이 격차는 올해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지역 내 총생산이 전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8%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하반기 주력산업의 생산 증감률도 업종별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분야는 지난해 대비 69.6%, 70.5%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정유(-21.1%) 조선(-4.1%) 일반기계(-0.9%) 디스플레이(-0.9%) 등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1.3%) 철강(0.7%) 석유화학(1.9%) 섬유(0.9%) 등은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오르거나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산업생산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신산업의 고성장이 전체 생산을 견인하는 반면, 정유를 포함한 일부 소재 산업과 전통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반도체 등 IT 신산업이 수출 증가를 이끌겠지만 자동차·일반기계·섬유 등 전통 주력산업은 세계 경기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환율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원달러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면서 수출기업은 환차익 효과를 누리는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은 원가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경영난을 호소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법 모색해야 할 때

반도체 등 IT 산업 초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정책 과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업종 간·기업 규모 간 격차를 완화하고, 양극화의 밑단에 놓인 중소상공인과 내수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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