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치로 본 홍준표·추경호 시정

추경호식 성장경제 시험대

2026-07-13 11:10:5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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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산업기반·행정지원’ … 추 ‘인공지능·투자설계’

시장원칙·정책금융·규제혁신 결합 … 실투자 성과 주목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대구가 제외된 것을 두고 추경호 대구시장을 정면 비판하면서 민선 8·9기 대구시의 대기업 유치 전략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홍준표 시정이 미래산업 생태계 조성과 원스톱 행정지원으로 기업 투자 기반을 확충했다면, 추경호 시정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달라진 경제환경에 맞춰 시장원칙·정책금융·규제혁신을 결합한 ‘투자설계형’ 전략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 전략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질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13일 대구시와 홍 전 시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최근 3대 메가프로젝트의 대구 제외와 관련해 “추경호, 그를 뽑으면 대구 미래 100년 사업은 모두 무산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와 기업이 합작 투자하는 수천조원 사업에 대구는 단돈 1원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민선 8기 대구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최근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대구가 제외된 것을 두고 추경호 대구시장을 정면 비판했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미래산업 기반·원스톱 행정지원 = 홍준표 시정은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와 로봇·반도체·미래모빌리티·헬스케어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했다. 섬유·기계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단지와 연구개발, 기업지원 기반을 확충해 기업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투자 과정에서는 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중심으로 투자 상담과 부지 선정, 인허가부터 착공 이후 기업 활동까지 지원했다.

대구경북(TK)신공항과 군부대 이전, 신공항 종전부지 개발은 도시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산업용지와 기업 투자 기반을 확충하는 장기 전략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홍준표식 기업 유치 전략은 대구 산업지형을 바꿀 대기업 생산·연구개발 거점 유치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지역 산업계는 민선 9기에는 미래산업 기반을 대기업 투자와 지역 공급망 확대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정훈 KY 대표는 “대구·경북이 다시 도약하려면 자동차 부품산업을 로봇산업과 연결하고 로봇 대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세계 로봇기업의 생산거점을 대구에 유치한다면 지역 부품기업과 상당한 동반 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상반기 경제동향보고회
추경호 대구시장이 지난 10일 대구상공회의소 주최 ‘2026년 경제동향보고회’에 참석했다. 지역 경제계는 이날 대구 산업의 도약을 위한 대기업 유치와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주문했다. 사진=대구시 제공

추경호, 인공지능 중심 산업전환·투자설계 = 추경호 시정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에 맞춰 AI를 산업구조 전환의 핵심 기반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조직개편안에는 미래혁신성장실을 인공지능혁신성장실로 바꾸고 인공지능정책관을 중심으로 미래모빌리티·기계로봇·반도체소프트웨어·의료산업을 연계하는 구상이 담겼다. 기계·금속·섬유 등 전통 주력산업에도 AI와 AX를 접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추경호 시정에서는 기존 로봇·미래모빌리티·의료산업에 AI와 AX를 접목하고 정책적 방점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유치 방식도 달라진다. 추 시장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험을 활용해 중앙정부의 예산·산업정책과 규제 지원을 기업 투자에 연결하고, 국내외 대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의관 달서구 부구청장(전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타깃 기업을 정한 뒤 단순히 대구로 오라고 하거나 투자보조금만 제시해서는 유치에 한계가 있다”며 “민선 9기에는 기업별 투자 수요에 맞춰 재정사업과 산업지원 사업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재계 연결망은 협상에, 조직은 실행 중심으로 = 추경호식 투자유치의 또 다른 차별점은 중앙정부·재계와의 폭넓은 연결망을 투자 협상에 활용하되 기업의 투자 판단에는 시장원칙과 경제성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추 시장은 호남권 반도체 투자 논란 이후 “첨단 반도체 투자는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경제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산업 생태계와 연구개발 역량, 전력·용수, 전문인력 등 객관적인 투자 여건에 따른 경쟁을 강조했다. 이어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에 국가 전략산업 입지 기준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했다.

추 시장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기업들에 대구·경북 산업 현장을 방문해 투자 여건을 직접 비교·평가해달라고 제안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대구에 와서 보라’는 제안은 지역 산업 기반과 투자 여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기업이 공정하게 비교·평가한다면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안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공지능혁신성장실은 AI와 미래산업 전환을, 경제국은 지역경제와 전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원스톱기업투자센터는 전략기업 유치와 기업지원·규제혁신을 맡는 사실상의 ‘경제 3국’ 체제로 재편했다.

이상민 대구시 원스톱기업투자센터장은 “투자유치의 계획과 전략을 전담할 기능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지원과 행정절차 지원을 넘어 미래산업별 투자 대상과 재원, 유치 전략을 설계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신공항·후적지도 기업 유치 중심으로 = 두 시정 모두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을 추진하지만, 사업 방식과 군공항 후적지 개발 구상에는 차이가 있다. 홍준표 시정은 기부대양여 방식에 따른 대구시 주도의 신공항 건설과 군공항 후적지의 상징 거점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추경호 시정은 신공항 건설에 대한 국가 책임과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군공항 후적지를 첨단기업과 국내외 투자가 모이는 ‘기업형 첨단도시’로 조성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인공지능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대상 지역에서 대구가 제외되면서 추경호식 대기업 유치 전략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추 시장은 국가 전략산업 입지가 시장성과 산업 경쟁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입지 기준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했다. 반면 홍 전 시장은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대구가 소외됐다며 추 시장과 지역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했다.

대구시 전직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유치 가능성을 미리 단정하기보다 기업을 직접 찾아 대구의 강점을 설명해야 한다”며 “신공항은 대구의 투자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시정의 성패는 최고경영자 면담이나 투자협약 규모가 아니라 실제 투자액, 신규 생산·연구시설, 고용 인원, 지역기업의 공급망 참여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간부회의에서 모습
추경호 대구시장이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2분 보고’를 통해 주요 현안과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추 시장은 핵심 중심의 보고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 유치 등 주요 정책의 실행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사진=대구시 제공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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