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누가 판을 흔드나 ① 서울시장
역대 선거도 5%p 안팎 승부…진영 사활건 총력전 불가피
4선 시장 관록 VS 생활밀착형 리더십 ‘충돌’
후보들 특징 뚜렷 … 정부정책 더 큰 영향
수십개 공약 불구 ‘혁신경쟁 실종’ 비판도
6.3 서울시장 선거가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겉으로는 현직 프리미엄과 도전자의 추격전이지만 실제 선거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과 새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정치 일정 속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전국 정치의 바로미터가 됐다.
초반 두 자릿수 격차로 출발했던 여론 흐름도 최근 들어 빠르게 좁혀지는 분위기다. 서울은 최근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여야 격차가 대부분 5% 안팎에서 결정될 정도로 고정 표심이 강하지 않은 지역이다. 중도층과 투표율이 선거 결과를 흔드는 구조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오세훈 심판론’과 ‘이재명정부 견제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후보 개인 경쟁력, 정부 정책, 부동산 민심이 얽혀있는 등 복잡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생활밀착형 행정가 VS 관록의 중도 이미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생활밀착형 행정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성동구청장 시절 문자 민원 시스템과 생활형 행정을 통해 주민 체감도를 높였던 경험이 핵심 자산이다.
거대 담론보다 시민 일상 변화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내란 심판’ 프레임과 거리를 둔 채 생활형 공약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정 후보의 대표 공약은 주거와 교통에 집중돼 있다. 우선 매입임대 공급을 확대해 전월세 대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축 매입임대 5만호 가운데 2만호를 2027년까지 조기 공급하고 청년월세 지원 확대와 신혼부부용 공공주택 공급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비사업 절차를 줄이는 ‘착착개발’을 통해 2031년까지 30만2000호 착공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동부선 신설, 위례신사선·목동선 정상화, ‘K-모두의 기후동행카드’ 확대 등 강북·강남 연결 교통망 강화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중도적 이미지, 풍부한 시정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427개 모든 행정동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개인 경쟁력이 강했다. 당 차원의 지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정치 경륜과 선거 경험으로 돌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후보는 ‘연속성과 실행력’을 강조한다. 대표 공약은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혁파다. 핵심전략정비구역 지정과 ‘신통기획’ 확대를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강북횡단 지하도로와 도시철도 7개 노선 조기 완공 등 교통 인프라에 총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디딤돌소득·서울런 확대 등 ‘약자와의 동행 시즌2’, 권역별 문화거점 조성도 핵심 공약이다.
◆공약보다 커진 정부 변수와 네거티브 = 하지만 현실 선거에서 후보들이 준비한 공약은 기대만큼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오 후보 측이 정 후보의 과거 술자리 폭행 사건을 다시 제기하며 도덕성 공세에 나섰고 정 후보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발 대응에 나섰다. 일정 부분 여론 영향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최근 삼성역 지하공사장 철근 누락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전 이슈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싱크홀, 집중호우, 반지하 대책, 이태원 참사 기억과 맞물리며 안전문제는 시민 반응이 민감한 분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과 리더십, 현직 시장 책임론이 도마에 오르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 정책과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란이 서울 민심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 비중이 큰 서울 유권자 특성상 코스피 흐름, 반도체 경기, 삼성전자 파업 같은 경제 변수도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좁혀진 격차가 네거티브 유혹을 부를 수 있지만 유권자들 선택은 결국 ‘혁신 경쟁’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이번 선거는 ‘신선함 대 관록’ 구도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강한 혁신 이미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 후보는 바닥에서 올라온 ‘새로움’의 폭발력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고 오 후보의 관록 또한 적극적인 기존 관행 극복 의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선거일까지 보름여를 앞둔 현재 선거전은 여전히 ‘오세훈 심판론’과 ‘이재명정부 견제론’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보와 캠프 간 충돌과 갈등이 깊어지는 속에서도 남은 기간 결국 누가 더 현실적인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냐가 선거 막판 표심을 가를 수 있다고 말한다. 혁신 경쟁을 멈추고 네거티브와 상대 비방에 의존할수록 새로움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운 인물로의 변화이든 경험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변화이던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는 ‘변화’”라며 “수십개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혁신 경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