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30년물 금리 5.20%…금융위기 이후 최고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악순환, 국채 시장 불안 증폭
금리선물시장, 연준 연내 금리인상 확률 41%로 반영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5.20%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국채 금리만이 아니라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투매 양상을 보이며 급등하는 모습이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악순환이 국채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투매 양상 보이는 글로벌 국채 시장 = 2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9일(현지시간) 한때 전일 대비 7bp(1bp=0.01%p) 오른 5.194%를 나타냈다. 5.2%에 육박하는 수치로 19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30년물 국채 금리 종가는 5.18%로 마감했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때 10bp 상승한 4.69%까지 치솟아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전일보다 8.0bp 오른 4.67%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 선을 돌파한 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중동전쟁 장기화 및 유가 상승, 주요 물가지수의 상승 등이 국채 투자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6개월 이후 유가가 25~30% 추가 상승할 수 있고 중동에서 합의가 이루어져도 당분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오는 22일 취임을 앞둔 가운데 채권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25bp 이상 인상할 확률을 41.4%로 반영했다. 이는 1주일 전보다 9.6%p 높아진 수치다. 반면 동결 확률은 1주일 전 61.8%에서 38.5%로 떨어졌다.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 현상 지속 전망 = 미국 국채 금리만이 아니라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스타머 영국 총리의 퇴임을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일본발 국채 금리 급등도 글로벌 국채 금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엔화 환율을 둘러싼 미국 측의 압박도 일본 국채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큰 폭으로 오른 주식시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전일 보도를 통해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의 동상이몽과 주가 조정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증시가 중동전쟁 휴전과 양호한 1분기 기업실적 및 장밋빛 전망 등으로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고유가 여파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리 급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양 시장의 괴리가 커지면서 투자자 혼란은 가중된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IB들은 주가가 채권시장의 경기 둔화 위험신호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며 “일부는 차입 비용 상승과 AI 관련주의 고평가 우려에 따른 조정 가능성 및 최근 증시 과열에 따른 휴식 필요성 등을 언급하고, 채권 매도 강도가 주가의 하락 폭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