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누가 판을 흔드나 ② 전북자치도지사
불공정 시비에 민주 텃밭 균열 조짐…현직이냐, 공천장이냐
‘도정성과’ 현직 무소속 VS ‘민주당 공천’ 여당 후보
인물 경쟁력·여당 조직력 … 전략·공약 정면충돌
‘대리비·식사비 의혹’ 사법리스크에 당내 갈등까지
전북도지사 선거가 전에 없이 뜨겁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현직 도지사가 민주당에서 제명되면서 판이 크게 흔들렸다. 4년 전 한 팀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원택 후보와 김관영 후보가 각각 민주당 공천장과 현직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정치적 생사를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 양정무 국민의힘 후보, 백승재 진보당 후보, 김성수 무소속 후보,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양정무 후보는 민주당 독주의 폐해를, 백승재 후보는 ‘진보·민주 양날개’를 주장했다.
◆여당-무소속 후보, 출발·지향점 뚜렷한 차이 = 이원택 후보는 제4회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의원으로 시작해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 전북도 경제부지사를 거쳐 2020년 총선에서 김제·부안 선거구에서 당선돼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학생운동·시민단체·정당 활동으로 저변을 넓혀 온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 ‘친청계 의원’으로 통했다.
전북도지사에 당선되면 여당과 정부를 연결해 전북의 비전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국제에너지 도시·첨단산업 중심으로 전북의 산업구조를 대전환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피지컬 AI 실증지구 확대와 새만금 핵심 SOC를 이재명정부 임기 안에 완공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외부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전북의 ‘향토 스타기업 100개’를 육성해 지역 경제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다지는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후보는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어 행정고시(1991년) 사법고시(1999년)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12년 19대 총선(전북 군산시)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했다.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해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재경부 공무원·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국회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전북도지사로 일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국가예산 10조원 시대, 27조원대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점을 강조한다. 민선 8기 도정 성과를 이어가 4년간 투자유치 50조원과 대기업 15개 유치를 공약했다.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청년 신산업 인재 육성을 지원해 AI 창업기업 1000개·CEO 1000명 육성을 약속했다.
◆‘대리비 의혹’ 파문, 여권내 분열 초래 = 이원택 후보는 김관영 후보의 도정 수행에 대해 ‘외형만 화려한 도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수십조의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하지만 도민 체감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12.3 불법계엄 당시 내란 동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4년간 추진한 기업유치와 일자리의 결실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내란의혹에 대해선 특검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만큼, 이 후보가 도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공약 추진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도지사-민주당-이재명정부를 삼각편대로 하는 일체감을 강조한다. 김관영 후보는 기업·정부·정치권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실용전략으로 무소속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선거 전략과 공약 추진 방식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김 후보의 제명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공방을 이끌고 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명백한 불법행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현금 살포 장면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당이 눈 감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긴급 제명 건이 만장일치로 의결된 이유가 뭐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제명에 대한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반면 이원택 후보 측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보강 조사 요구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진행했다”고 했다. 제명과 공천 과정에 공정성이 결여된 만큼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심의 평가를 받겠다고 맞받았다.
두 후보가 몸담은 민주당 내부의 반응도 갈린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김 후보 제명이 ‘전체 선거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반면 송영길 전 대표 등은 김 후보와 이 후보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 여론의 불신을 초래해 무소속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결국은 1번 뽑을 것… 정청래 불공정 심판” = 김관영 후보가 내건 ‘불공정 공천’ 프레임이 민주당 조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다.
정청래 대표는 19일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도 민주당, 도지사도 민주당, 국회의원, 광역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해야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원택 후보가 인지도 측면에서 밀렸지만 결국은 도민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관영 후보는 “김관영이 당선되면 정청래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대 무소속의 경쟁이 아니라 여권 내 갈등구도로 끌고 가 여당 지지층을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새전북신문·한길리서치 여론조사(16~17일. 1001명. 무선 가상번호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8.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원택 40.5% 김관영 42.1%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718명)에서는 이원택 52.4% 김관영 37.3%였다. 투표율이 높은 70대 이상(207명)에서는 이원택 32.7% 김관영 51.0%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