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네타냐후 직격 발언 파장…‘로키 외교’ 변화?

2026-05-21 13:00:03 게재

국무회의 공개발언서 “이스라엘 선 넘어, 네타냐후 체포영장 검토”

이스라엘 매체, 일제히 보도 … 청 “국민 안전 중요성 강조 차원”

이재명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전쟁범죄자’로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서면서 외교적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 SNS에 이스라엘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비판한 데 이어 재차 이스라엘 비판 발언을 하고 나서자 기존 ‘로키(low-key)’ 기조의 전통적 노선에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활동가들이 타고 있던 배를 나포한 건을 거론하며 해당 조치를 비판했다. 억류된 활동가 중에는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남의 나라 침략해서 전투 중이니까, 교전하면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잡아가고 그래도 되느냐”며 “우리 국민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잡아간 것 아니냐. 제가 보기에 너무 심하고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 영해가 아니면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지적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지 않나”라면서 “우리도 판단해보자”고 말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네타냐후가) 체포 영장을 발부해 국내로 들어오면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대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후 이스라엘 언론은 이를 집중 보도하며 외교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4’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아시아의 경제 대국인 한국과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타국의 현직 수반을 직격한 사례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일종의 노선 변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선 두 나라 해법을 지지하긴 했지만 한국의 핵심 이해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다만 2024년 가자전쟁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스라엘과 일부 갈등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한국 측 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조용한 외교’가 주된 노선이었다가 이 대통령의 SNS 및 국무회의 발언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외교가에선 실제 변화 기조가 지속될지를 판단하기 위해 후속 조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 파장을 의식한 듯 다소 온건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관련해 언론 공지를 통해 “우리 국민이 탑승한 선박의 나포 및 체포 상황의 적법성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인도주의와 국제인도법에 대한 고려,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체포영장 등 국제형사재판소(ICC)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 있는 쟁점 사안의 하나를 질의한 것으로 상황에 대한 이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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