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수사로 확산
“민주주의 가치 훼손” 비판에
정부기관 불매·입법 추진까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단순 기업 마케팅 논란을 넘어 정부기관의 불매 움직임과 경찰 수사, 입법 논의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광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반발은 정치권과 노동계, 공공기관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경찰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재배당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경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강남경찰서에 배당됐던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관련 고발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로 재배당했다.
애초 서울청은 사건을 강남서 수사2과에 맡겼지만 반나절 만에 직접 수사 체계로 전환했다. 광주경찰청 남부서에 접수된 유사 고발 사건도 병합 수사될 예정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서울청이 직접 사건을 가져가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하고 유족과 광주시민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논란은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텀블러 판매 행사에서 ‘탱크 데이’와 ‘책상에 탁!’ 문구를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5.18 당시 계엄군 탱크와 군사정권 시절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급속히 확산했다.
특히 ‘탱크’와 ‘책상에 탁’ 표현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단순 홍보 문구를 넘어 민주주의 역사와 국가폭력의 기억을 상업적 마케팅 소재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광주 시민사회는 “민주주의 희생을 희화화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며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 지역에서는 불매운동이 실제 행정·경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 주관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금지했고 광주시는 각 실·국에 스타벅스 쿠폰과 제품 구매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 실무자 실수가 아닌 역사 인식 부재가 유발한 사회적 중대재해”라고 규정했다. 이어 “기업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 자체를 훼손했다”며 “최종 책임은 정용진 회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과 지역 금융권도 불매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직원 복지용 스타벅스 상품권 구매를 취소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교체했고 광주은행 역시 스타벅스 쿠폰·제품 지급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전남농협 임직원들도 스타벅스 매장 이용 자제 방침을 세웠다.
행정안전부도 사실상 불매 방침을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SNS를 통해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며 정부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행안부는 그동안 각종 행사와 공모전, 국민 참여 이벤트 등에 모바일 커피 상품권을 활용해 왔다. 관가에서는 공직사회를 총괄하는 행안부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다른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 관계자를 비방·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이른바 ‘5.18 모독 처벌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현행 5.18 특별법이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개정안에는 비방·조롱·모욕 행위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역사 모독이 담긴 커피를 배달하지 않겠다”며 스타벅스 제품 배달 거부와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