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가중처벌’ 위헌에 “사법온정주의 고착” 반발
여변·탁틴내일 “대안 제시 없는 기계적 위헌” 비판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범죄 신고의무자의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여성변호사 단체와 아동·청소년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변호사회(허윤정 회장)와 십대여성인권센터(조진경 대표), 탁틴내일(이현숙 상임대표)은 26일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법원칙을 과도하게 강조해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시대적 가치에 역행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초등학교 교사가 담당 학생들을 강제추행해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아동 성범죄 신고의무자가 보호·감독 대상을 성추행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를 적용했으나, 해당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1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는 선고형의 최하한이 징역 3년 6개월로 규정되어 있어, 3년 이하의 징역형에만 적용할 수 있는 ‘집행유예’ 선고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헌재는 재판부가 강제추행의 경중에 따라 집행유예부터 높은 실형까지 재량을 가지고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유사한 법적 구조를 가진 아동학대 가중처벌 조항(아동학대처벌법 제7조)에 대해 2021년 합헌 결정을 내렸던 선례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단지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 때문에 결론이 뒤바뀌었다는 비판이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현재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온정주의적 ‘솜방망이 처벌’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성평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의 52.1%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수 사건은 64.8%, 디지털 성범죄는 48~56%에 달하는 피고인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단체들은 “우리 사법부가 ‘진지한 반성’ ‘초범’ ‘피해자 합의’ 등을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관대한 양형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미국이 연방 양형기준(USSG)을 통해 아동 성범죄의 집행유예를 구조적으로 원천 차단하고, 영국이 무관용 원칙으로 수년의 실형을 ‘출발점’으로 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