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집회’ 처벌 완화, 어디까지?
‘형사처벌 예외’ 또는 ‘과태료 전환’
‘형사처벌 삭제’ 3종류 개정안 발의
헌법재판소가 ‘미신고’ 옥외집회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개선 입법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는 지난 2월 단순히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27년 8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 결정을 반영한 5개의 집시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데 모두 현행법의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발의된 법안들은 크게 △형사처벌 예외 조항 신설 △벌금 대신 과태료 부과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박홍배·박균택 의원안은 미신고 집회 처벌 틀은 유지하되 공공 안녕에 명백한 위험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내용이다. 권칠승·이성윤 의원은 ‘형벌의 비범죄화’에 무게를 두고 벌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미신고 옥외집회 주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신고 유무라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 형벌권의 남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들은 ‘집회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는 해외 선진국들의 입법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낸 ‘미신고 집회·시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개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1953년 연방 집회법은 미신고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으나 2006년 입법권을 이양받은 8개 주 중 베를린·바이에른 등 7개 주가 자체 법안을 통해 형사처벌을 과태료로 전환했다. 또한 이들 주는 모두 우발적·긴급 집회에 대한 명시적 처벌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영국의 경우 여러 장소를 이동하는 ‘행진’만 사전 신고 대상이며 고정된 장소의 ‘집회’는 신고 의무가 없다. 또 사전 신고가 합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신고 의무를 면제하거나 기한을 완화해 준다.
스페인은 헌법에 신고 의무가 명시돼 있으나 법률을 통해 ‘20인 이상’에만 법을 적용해 소규모 집회를 보호한다. 신고 누락 시에는 형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하며, 긴급 사정이 있으면 신고 기한을 집회 개최 24시간 전까지로 연장해준다.
보고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해 △긴급집회와 우발적 집회에 대한 특례 △공공질서 침해 우려가 낮은 집회에 신고 의무 비적용 △거짓 집회 신고에 대한 형사처벌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