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1년’…마을순찰대 전면 가동
5455개 마을 주민대응망 구축
AI·드론 결합…인명피해 ‘제로’
올해 경북지역 산불 발생 빈도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대형산불과 도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가 초대형 산불 이후 5455개 마을·2만8865명 규모 마을순찰대에 인공지능(AI)·드론 기반 감시체계를 결합해 주민 대피 체계를 전면 개편한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연구원이 27일 내놓은 ‘경북 초대형산불 1년, 대응체계 전환의 성과와 회복 과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번지며 149시간 동안 이어졌다. 산림 9만9289ha가 소실됐고 이재민 5499명, 인명피해 182명, 주택피해 3819동, 재산피해 1조505억원이 발생했다. 당시 산불은 최대순간풍속 27m/s, 시간당 확산속도 8.2km의 초고속 확산 양상을 보였다.
연구원은 당시 산불이 의성에서 영덕까지 80~90㎞ 구간으로 번지면서 기존 행정구역 중심 대응체계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산불 진화 중심 대응만으로는 주민 생명과 생활권 보호에 한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후 경북도와 정부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 대피 시스템 강화다. 경북도는 자율방재단·의용소방대·이장·통장 조직 등을 기반으로 마을순찰대를 구축하고 공무원과 연결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산불이 발생하면 마을순찰대가 직접 주민 대피를 안내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은 마을회관이나 대피시설까지 이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해 산사태 위험지역에서는 마을순찰대가 주민 대피를 완료한 직후 산사태로 주택이 파손된 사례도 있었다. 연구원측은 “순찰대가 없었다면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불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 헬기가 출동했다면 현재는 작은 산불 단계에서도 즉시 투입하는 선제 대응 체계로 바뀌었다. 헬기 배치 지역과 동원 규모도 확대해 동시다발 산불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활용한 ‘Ready-Set-Go’ 방식의 초고속 주민대피 체계도 도입했다. 산불 도달 예상 시간이 8시간 전이면 ‘준비(Ready)’, 5~8시간 전이면 ‘대기(Set)’, 5시간 이내 접근 시 ‘대피(Go)’ 단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대응체계 전환 결과 올해 봄철(1월 1일~5월 15일) 산불 발생 건수는 45건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피해면적은 166ha 수준으로 급감했다. 100ha 이상 대형산불과 도민 인명·생활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연구원은 장기 회복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산불 피해 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위험군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고, 사과 주산지 피해에 따른 생산 공백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단순 복구를 넘어 ‘복구-재건-재창조’로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규 경북연구원 재난안전센터장은 “이번 산불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주민대피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인명피해 제로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