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여론조사 결과…표심 왜곡 우려

2026-05-28 13:00:13 게재

막판 공표금지 전 우후죽순 발표

조사 방식·질문 따라 결과 달라

6.3 지방선거 막판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선거를 두고도 조사 방식과 질문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엇갈리면서 유권자 판단을 돕기보다 판세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주요 조사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 흐름은 공통적이었지만 두 후보간 격차는 조사마다 크게 달랐다. 이달 발표된 서울시장 여론조사 9개를 분석한 결과 두 후보 간 격차는 최소 0.1%p에서 최대 11%p까지 벌어졌다.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7~11%p 차로 앞선 사례가 많았지만, 자동응답(ARS)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오차범위 안까지 추격한 결과가 나왔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소투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사과나무요양원에서 어르신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수원 연합뉴스

실제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지난 11~14일 실시한 무선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정 후보 43%, 오 후보 32%로 격차가 11%p였다. 반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한 무선 ARS 조사에서는 정 후보 47.4%, 오 후보 41.9%로 격차가 5.5%p까지 좁혀졌다. 19~20일 뉴시스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실시한 ARS 조사에서는 정 후보 41.7%, 오 후보 41.6%로 0.1%p 차 초접전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조사 방식에 따라 선두가 달라지는 결과까지 나왔다. CBS 의뢰로 KSOI가 24~25일 대구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50.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1%였다. 반면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21~25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는 김 후보 42%, 추 후보 38%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ARS는 추경호, 전화면접은 김부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사 방식 차이는 응답자 구성 차이로 이어진다.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정치 고관여층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전화면접 조사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조사원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어느 한 방식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는 각 진영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만 선택적으로 부각하는 일이 반복된다.

질문 내용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후보 지지도를 묻기 전에 정권 지원론·심판론, 시정 평가, 특정 정책 현안 등을 먼저 물으면 응답자의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후보 이름 배열, 직함 표기, 선택지 구성, ‘지지 후보 없음’과 ‘잘 모름’ 처리 방식도 결과 해석에 영향을 준다. 같은 지역·비슷한 시기 조사라도 문항 설계와 조사 순서가 다르면 단순 비교가 어렵다.

여론조사가 과도하게 실시되면서 유권자 피로도가 커지는 것도 왜곡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접전 지역에서 조사 전화가 반복되면 일반 유권자는 응답을 피하고 정치 관심도가 높거나 특정 진영 지지 성향이 강한 응답자만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표본은 형식적으로 보정되더라도 실제 유권자 전체의 정서와 어긋날 수 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여론조사가 너무 많이 돌아가면 일반 유권자는 전화를 피하고, 결국 응답하는 사람만 계속 응답하는 구조가 된다”며 “이런 유권자 피로도는 선거 막판 여론조사의 대표성을 흔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후보들이 선거 막판 여론조사를 선거운동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표금지 기간 직전에는 후보 캠프와 정당 등이 각종 조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면서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는 도구가 아니라 막판 선거 전략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 광역단체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돈을 들이면서까지 여론조사를 하는 건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며 “결국 여론조사도 선거운동의 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인용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5월 28일부터 6월 3일 오후 6시까지 새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제한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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