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된 권리 매도’ 메리츠증권, 263억 추가배상

2026-05-28 13:00:30 게재

1심 139억 배상에서 2심 402억으로 대폭 상향

재판부 “메리츠, ‘동산담보권 실효’ 알고도 은폐”

대형 금융기관이 담보권 실효 사실을 숨기고 대규모 자산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가 거액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고의적 기망행위’를 엄격히 적용해 상계 항변을 원천 봉쇄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7-3부(이용호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건설자재기업 앤트버즈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메리츠증권은 앤트버즈에게 263억여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로써 메리츠증권이 앤트버즈에 돌려줘야 할 부당이득금은 1심 인정 금액(139억원)을 포함해 총 402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은 소외 비케이탑스가 경북 상주 소재 SK스페셜티 소유의 공장 설비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비케이탑스는 대금 조달을 위해 메리츠증권에 해당 설비에 대한 동산근담보권을 설정해 줬으나, 약속된 기한까지 공장 내 설비를 철거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 조정에 따라 비케이탑스는 설비에 대한 모든 처분 권한을 상실했고, 메리츠증권의 담보권 역시 SK스페셜티에 대항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담보권 실효 사실을 인지하고도 2022년 3월 앤트버즈와 비케이탑스 관련 채권 및 담보권을 500억원에 넘기는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완료한 앤트버즈는 설비 철거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앤트버즈는 2023년 8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2심 재판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의 적극적인 기망 행위가 추가로 드러났다. 계약 체결 전 앤트버즈측이 SK스페셜티의 반출 방해를 우려하자, 메리츠증권은 “이미 SK스페셜티와 협의가 끝난 사항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걱정 말고 계약을 완료하자”며 적극적으로 계약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대형 금융기관인 메리츠증권이 담보권 실효의 법률효과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의적인 은폐 행위를 인정했다.

이번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메리츠증권의 ‘상계(정산) 권리’ 인정 여부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메리츠증권의 불법행위로 인한 계약 취소는 인정하면서도, 앤트버즈가 계약 이행 과정에서 얻은 이익(약 325억원)을 차감해야 한다는 메리츠증권의 상계 항변을 받아들여 반환 금액을 약 139억원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앤트버즈측의 법리 반박을 수용해 이를 뒤집었다. 앤트버즈는 “이 사건 계약 취소의 원인이 메리츠증권의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있으므로, 민법 제496조에 따라 이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고의의 불법행위 가해자가 상계권을 행사해 현실적인 변제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메리츠증권의 상계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 불법행위 가해자인 메리츠증권이 “앤트버즈가 이득 본 만큼은 빼고 돌려주겠다”고 주장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1심에서 인용된 139억여원 외에 앤트버즈에게 263억여원의 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2023년부터 소급 계산되는 연 6~12%의 지연손해금(이자)까지 더해질 경우 메리츠증권이 안게 될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법원은 앤트버즈와 메리츠증권 사이에 발생한 소송 총비용 역시 메리츠증권이 전부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메리츠증권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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