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전국 곳곳에서 고소·고발 난무
정책 대신 비방 택한 정당·후보들
유권자들 피로감, 선거 불신 키워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독립유공자 석주 이상룡 선생 후손임을 자처해 왔지만 실제로는 22촌 방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후보 가족 관련 의혹이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는 27일 전재수 민주당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전 후보가 토론회 등에서 박 후보 배우자가 운영하는 조현화랑 관련 의혹을 반복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후보쪽 고발도 이어졌다. 충북지사 선거에서는 신용한 민주당 후보 선대위가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낙선목적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비방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했다. 김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제기한 ‘대포폰’과 ‘보도 차단’ 주장이 허위라는 이유다. 앞서 김 후보 쪽도 신 후보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충북지사 선거 역시 맞고발전으로 번졌다.
이처럼 6.3 지방선거 막판 전국 곳곳에서 후보자·정당 간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한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공표 주장, 맞고발이 이어지면서 정책 경쟁이 흑색비방전에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장 선거는 이미 의혹 제기와 법적 대응이 맞물린 상태다. 박찬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유정복 후보와 유 후보 배우자를 공직선거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 후보 부부가 해외 가상자산을 보유하고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것이다. 유 후보 쪽은 이를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전 관리인과 이를 보도한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유 후보가 박 후보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장을 문제 삼아 추가 고발 방침을 밝히면서 선거 막판 공방은 더 거칠어졌다.
충남지사 선거에서는 박수현 민주당 후보 관련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여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박 후보 관련 허위사실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유포됐다며 국민의힘 충남도당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쪽은 박 후보가 토론회에서 제시한 검찰 문건의 성격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대전시장 선거에서는 선거운동 방식을 문제 삼아 고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는 허태정 민주당 후보측이 공공자전거 ‘타슈’를 활용한 유세를 한 것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쪽은 법을 지킨 친환경 유세를 정치공세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역에서는 후보 간 정책 경쟁보다 고발 공방이 부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광주 교육감 선거도 막판 폭로전과 고발전으로 흐르고 있다. 현직 교육감 등 4자 구도 속에 도박 의혹, 10억원 매수설, 허위사실 공방 등이 이어지며 후보 간 고발전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정책 경쟁보다 과거 의혹과 인신공격성 공방이 부각되면서 유권자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은 공정선거를 위한 절차일 수 있다. 문제는 선거 막판에 집중되는 법적 공방이 사실관계 규명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사건은 수사와 판단에 시간이 걸린다. 선거 전에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가려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발 사실 자체는 유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복 노출된다. ‘아니면 말고’ 식 고소·고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지역 현안과 후보 공약 검증은 뒤로 밀리고 의혹 제기와 법적 대응이 선거운동의 주요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며 “선거 막판일수록 정당과 후보가 고발장보다 검증 가능한 사실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