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노쇼’ 변호사, 6500만원 배상

2026-05-29 13:00:39 게재

학폭피해 유족, 권경애 상대 손해배상 소송

대법, 약정금 인정안한 원심 일부 파기환송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이른바 ‘학교폭력 피해자 재판 노쇼’ 사건 당사자인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위자료 6500만원을 최종 확정했다. 약정금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 대해서는 일부 파기환송해 900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오전 학교 폭력을 당해 숨진 박 모양의 어머니 A씨가 권경애 변호사와 그가 속했던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3년에 걸쳐 9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금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2015년 딸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2016년 8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과 관할 서울시교육청, 학교 운영 법인 및 교직원들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A씨를 대리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A씨는 1심에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부모 1명을 제외하고는 패소 취지로 판결이 나오자 항소했다.

그런데 권 변호사는 2022년 9~11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으로 출석하지 않아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을 5개월간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이듬해 3월에야 알리며 3년간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 줬다.

유족은 대법원 상고 기간을 놓쳐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A씨는 권 변호사가 불성실하게 변론해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당초 1심은 권 변호사가 유족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했으나 유족이 불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정식 재판 절차를 밟게 됐다.

1심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공동으로 A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산정한 배상액보다 다소 늘어난 6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법인에는 별도로 22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권 변호사와 로펌측은 상고를 포기했으나, A씨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A씨측이 문제 삼는 쟁점은 권 변호사의 각서의 효력이 A씨의 언론 제보로 파기됐다는 2심 판단이다.

당시 각서에는 이른바 ‘노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무효로 돌린다는 문구는 없었다.

2심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각서가 작성됐으며 권 변호사의 직업과 사회적 활동 등을 고려하면 ‘언론 보도 금지’를 약정 조건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측은 각서가 작성될 당시 이미 언론에 제보가 이뤄진 바 보도를 막을 수 없었고 권 변호사의 보도 유예 요청도 분명히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약정금 지급에 대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되어 있지 않는 등 이 사건 이행각서는 내용상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그 기재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봤다. 이어 “피고(권경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지급조건을 이 사건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하기로 원고와 합의하였음에도 이를 이행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 부분에 대해 상고를 기각해 6500만원의 손해배상금과 청산금(220만원) 반환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고,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측은 ‘노쇼 사건’으로 중단된 민사 본안 소송의 항소심 법원에도 변론 재개를 신청해 지난 20일 서울고법에서 변론기일이 열렸다.

A씨측은 권 변호사를 불러 증인 신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법리 검토를 해 보겠다며 6월 24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만약 재판부가 그대로 ‘소송 종료 선언’의 판결을 내릴 경우 A씨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조국 흑서’ 저자로 알려진 권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 2023년 8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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