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여름 폭염을 견디는 현명한 콩팥관리 수칙
“여름에는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여름이 되면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더위가 빨리 시작되고 길어지면서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위험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탈수가 콩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은 우리 몸에서 세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는 대사산물 및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배설기능’이고 둘째는 체내 수분량과 전해질, 산염기 등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항상성기능’이다. 그리고 셋째는 혈압 유지, 빈혈 교정, 칼슘과 인 대사에 중요한 여러가지 호르몬을 생산하고 활성화하는 ‘내분비기능’이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소변을 농축해 탈수를 막으려 하지만 탈수가 심해지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급성콩팥손상이나 전해질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만성콩팥병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탈수와 콩팥 손상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폭염이 급성콩팥손상 발생 증가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기온변화와 폭염경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땀 배출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물을 찾는 횟수도 늘어난다. 더운 날씨에는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히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갈증을 느낄 때 적절히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다만 고령 환자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갈증을 늦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마시도록 신경 써야 한다. 또한 크게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운동 전후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된다.
‘많이’가 아니라 ‘적절히’ 마시는 게 좋아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여름에는 물을 넉넉히 마셔야 한다”는 조언이 맞는 것은 아니다.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졌거나 투석 중인 환자는 몸속 수분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다. 이때 물을 과하게 마시면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심부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투석 환자는 투석 사이 체중 증가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증이 심할 때는 물을 한꺼번에 마시기보다 얼음을 녹여 먹거나 입안을 적시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이’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다.
운동습관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한낮의 야외운동은 탈수와 혈압 저하를 유발해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하고, 폭염경보가 있는 날에는 실내 운동이 더 안전하다. 운동 후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이 심하고 소변량이 줄거나 색이 진해진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는 무리하지 말고 충분히 쉬면서 수분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음식 선택에도 주의해야 한다. 수박이나 참외 같은 제철 과일은 수분과 비타민 보충에 도움이 되지만 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과도한 칼륨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이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부정맥이나 심정지 같은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름철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생긴 고칼륨혈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과일과 채소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채소는 데쳐 먹으면 칼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은 바나나나 멜론처럼 칼륨이 높은 과일보다는 사과 배 포도처럼 비교적 칼륨이 적은 과일을 소량씩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감염 예방도 중요하다. 투석 환자는 혈관 접근로나 복막투석 도관 삽입 부위가 땀과 습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청결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또한 신장이식 환자처럼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식중독이나 피부 감염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환자,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돼
여름철 콩팥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는 것’이다. 정상 콩팥 기능을 가진 사람과 만성콩팥병 환자, 투석 환자, 신장이식 환자는 관리 방법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인터넷 정보만 믿기보다 자신의 콩팥 상태에 맞는 관리원칙을 주치의와 상의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염은 이제 매년 반복되는 건강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더위 대비는 단순한 생활관리가 아니라 치료의 중요한 일부다. 물을 마시는 습관, 음식 선택, 운동방식 같은 작은 차이가 여름철 콩팥 건강을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콩팥 상태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생활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안전한 여름철 콩팥 관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