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서 개인의 명예

2026-06-01 13:00:02 게재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이 우리 사회에 혐오표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18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사이트 폐쇄 검토와 경찰의 허위사실 유포 단속이 이어지자 다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급부상했다. 과연 5.18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들까지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부득이한 경우에는 법률에 의해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특정한 법익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 법익들 중 하나가 바로 표현대상이 된 사람의 '명예'다. 즉 표현의 자유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보장되는 것이다.

개인 '명예'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보장

표현행위로부터 개인의 ‘명예보호’라는 국가의 의무 이행은 법률에 의한 매개를 필요로 한다. 즉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따로 하위법률의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하위법률로 대표적인 것이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조항이다.

그러나 명예훼손 대상의 특정가능성 등의 까다로운 충족요건 때문에 형법 등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일반규정으로는 의율하기 부족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5.18특별법에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2021년 1월 5일부터 시행 중인 5.18특별법 제8조다.

‘5.18왜곡처벌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8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도 5.18유공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보장될 수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인 것이다. 당시 이 법률조항의 개정 이유가 “잘못된 역사 인식 전파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함”이라는 점을 법제처가 든 것도 눈길을 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제들은 외국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 형법 제130조이다. 독일은 “특정 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하여 타인의 인간존엄성을 침해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거짓이라거나 홀로코스트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과장되었다는 식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표현행위 등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도 처벌하고 있다. 나치시대에 인간존엄성이 훼손된 경험으로 인해 인간존엄성 훼손의 잠재적 위험성을 민감하게 인식한 데에서 비롯된 조항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5.18특별법 8조 신설 이후에도 북한군 개입설, 폭동설, 가짜 유공자설 등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최근의 ‘탱크데이’ 논란 이후 이러한 주장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5.18 왜곡·폄훼표현과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규제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고 ‘표현물 삭제’ 등 규제의 속도도 상당히 느려서,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문제 표현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8조가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범위를 제한했고, 표현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상당히 추상적이면서도 포괄적인 면책규정을 두고 있는 점도 8조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게 필요한 이유다.

5.18민주이념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할 이유

헌법전문에 5.18이 수록된다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에 입각해서 법률 등 하위규범들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법률의 해석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전문은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국가작용에 관한 궁극적 기준이 되는 ‘헌법의 헌법’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태는 5.18 민주이념이 신속한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전문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웅변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