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입법부 위기신호, 그 끝이 궁금하다

2026-06-01 13:00:01 게재

민주주의의 보루인 입법부에 위기신호가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다. 처음엔 머뭇거렸던 ‘처음’이 이젠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

20대 국회 끄트머리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고 국회의장을 지냈던 정세균 의원이 국무총리에 지명됐다.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의 2인자 자리로 옮긴 첫 사례였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단독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여당에 의한 국회의장 단독 선출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177석의 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원구성 협상이 잘 안되자 원내지도부는 독점을 선언했고, 박 의장이 이를 수용했다. 1987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민주당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법대로’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툭하면 ‘국회법’을 꺼내 읽었다. 상임위 운영과 관련한 ‘여야 간사 합의’ 관행은 ‘협의’라는 법 문구에 의해 깨져 나갔다. 의사결정도 국회법에 나와 있다며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에서 새로 만들어진 관행을 뉴노멀로 굳혀갔다. 전반기엔 우원식 국회의장을 다시 한번 여당 단독으로 뽑았다. ‘반쪽 국회의장’ 선출이 당연시됐다. 정청래식 상임위 운영은 추미애 법사위원장, 최민희 과방위원장으로 이어졌다. 법안소위, 상임위 전체 회의, 본회의에서도 ‘단독처리’가 일상화됐다. 숙의를 위한 안건조정위는 위성정당에 동참한 야당 의원들과의 담합으로 무력화됐다.

이 모든 게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민주당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화와 타협, 사회적 대화, 공론화 등을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다원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겨온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독주와 강성 지지층의 환호 앞에서 ‘다수 민주주의’가 전부인양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국회의장과 의장 후보가 지방선거에 참전하는 ‘뉴노멀’도 만들어졌다. 우 의장은 민주당의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 변광용 거제시장 후보, 우승희 영암군수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차기 의장 후보인 조정식 의원은 직접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강경하게 밀어붙일 기세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가 벌써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지지층에게 공언한 상태다.

국회의장과 여당 지도부가 입법부의 독립성마저 ‘대통령 국정 지원’의 뒤로 놓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에 입법부의 위기는 계속 축적되고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탄핵할 수 있지만 입법부는 탄핵(국민소환)이 불가능하다. 유권자들은 이 입법부의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