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예고된 금리인상, 가계빚 관리 시급하다

2026-06-01 13:00:02 게재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하반기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개된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도 같은 방향이었다. 연 3.00%에 가장 많은 점이 찍혔다. 금통위원들이 연내 두차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지방선거 후 7월 0.25%p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2%에서 2.7%로 올려잡았다.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수출이 잘 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져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거나 웃돌 전망이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거론됐던 저성장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 다행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때는 못 된다. 물가상승을 압박할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숨겨진 세금’ 물가상승 ,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가시지 않고 있다. 15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뛴 4월 생산자물가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억대 성과급 지급도 시중 유동성을 증대시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래저래 고유가·고환율·고물가는 상당 기간 지속되며 경제 전반, 특히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활동과 서민 가계를 옥죌 판이다. 여기에 하반기 고금리 상황이 가세하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경기 상승세를 주도하고 나머지 다수 업종은 부진한 ‘K자형 양극화’ 산업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다.

이런 변화추세에 정부는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최근 논란을 자초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처럼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인식이어선 곤란하다.

고물가 속 가구 실질소득은 이미 제자리걸음이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실질소득이 아직까진 줄지 않았지만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르면 감소하게 된다.

실질소득 감소액은 정부가 거두는 세금처럼 봉급생활자 지갑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숨겨진 ‘인플레이션 세금’으로 불린다. 월급 탈 때 떼지 않고 물건 살 때 물가상승률만큼 부담을 지움으로써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낀다. 정부는 고물가에 노출된 서민·취약계층의 타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정정책을 물가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신중히 운용하는 것도 요구된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안겨줄 법인세 선물에 안주해 재정수지 관리에 소홀해선 안된다. 국채 금리 상승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도 곧 닥칠 고비용 구조에 맞춰 체질개선과 고통분담, 자기 책임 투자를 할 때다. ‘영끌’ ‘빚투’가 늘며 1분기 말 가계빚이 2000조원에 육박한다. 코스피가 8000피 시대이지만 변동성이 극심한데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약 36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 빚으로 쌓아올린 주식·부동산 시장은 사상누각으로 변할 수 있다.

창의적 정책으로 다수가 혜택 보게 해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방송 출연에서 최근 물가상승에 대해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라며 “그렇지만 정부가 잘했다는 생각은 없으며, 더 세심하게 관리해 국민이 물가불안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가 잘했다는 생각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는 일정 부분 가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유류 소비 절감 및 대중교통수단 이용 권장 방침에 역행하고, 석유류를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부작용이 있다. 늘 써오던 대책 말고 보다 창의적인 정책으로 다수 국민이 혜택을 보도록 하길 바란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