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칼럼

스타벅스 사태로 보는 AI 리터러시

2026-06-01 13:00:01 게재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거쳐야 하는 시험무대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역량검사다. AI 역량검사, 용어만 보면 AI라는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그 역량을 테스트하는 것 같지만실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십중팔구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취준생들 사이에 ‘AI 역검’이라 불리는 이 시험은 ‘AI에 대한’ 검사가 아니라 ‘AI가 하는’ 검사다. AI가 수험생의 인·적성을 검사하고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수험생은 컴퓨터 앞에서 AI가 제시하는 설문에 답하거나 게임을 수행하고, 영상 면접을 치른다.

AI는 수험생의 답변 내용과 태도 표정 행동패턴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평가점수를 내고, 기업에선 이를 참고해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한다지만 그 결정의 근저에 AI 평가가 있으니 사실상 결정 주체는 AI인 셈이다.

AI 역검을 앞둔 취준생들은 시험 전 자신의 AI 앞에서 모의 역검을 치르는 게 보통이어서 AI 대 AI 대결 같은 느낌도 든다. 기술 발달 측면에서 보면 AI 시대는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이미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최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사태도 어떤 측면에서 AI로부터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사 오너인 정용진 회장이 그동안 SNS 등에서 ‘멸공챌린지’ 같은 극우성향의 정치적 내용을 게시했고, 이에 동조하는 사내 분위기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마케팅 이벤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보다 우세하긴 하다.

AI로 텀블러 마케팅 문구를 만들어 보니

하지만 이와 별도로 어쩔 수 없이 눈길 가는 대목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문제의 마케팅 문구가 실제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경위에 대한 조사결과다.

신세계측은 이번 마케팅을 기획하고 결재한 임직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30대 팀원이 AI에 물어보고 얻은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3가지 텀블러를 2~3일 간격 시리즈로 내면서 제품별 홍보문구를 라임에 맞추어 짓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이 발표를 보고 AI에 들어가 시험을 해봤다. 해당 직원이 어떤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사전정보는 전혀 주지 않고 3종 시리즈 텀블러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렇게 물어봤다. “먼저 단테색상의 텀블러를 내면서 단테데이 ‘한손에 착!’ 이라는 문구를 쓰려고 해. 이후 탱크 텀블러, 나수 텀블러를 낼 건데 어울리는 문구로 좋은 게 없을까?”

AI는 라임을 맞춘 세트 카피를 강력 추천한다며 “2탄 탱크 텀블러 ‘책상에 툭!’, 3탄 나수 텀블러 ‘가방에 쏙!’을 내놓았다. 실제로 사용된 ‘책상에 탁’과는 어감이 좀 다르긴 해도 비슷한 문구를 생성한다는 걸 알 수 있다. AI가 내뱉은 한마디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셈이다.

AI는 이외에도 제품의 기능과 스펙을 강조한 데이 마케팅과 ‘착-툭-쏙’으로 이어지는 리듬감이 중요하다며 신나게 떠들다가 "5.18은 민주화운동 기념일인데 여기에 맞춰 이런 문구 쓰면 비난받지 않을까"라고 지적하니 돌연 "아, 맞습니다. 정말 큰 일 날 뻔 했네요.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한다는 비판과 모욕 논란에 직면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태도를 바꾼다. AI를 사용하면서 조금만 방심하면 사람이 AI에 휘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몇년 전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온 이후 우리는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AI는 도구일 뿐, 사람이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위안을 가져보지만 갈수록 사람이 AI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AI 사용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은 곳이 대학이다. 날마다 강좌가 열리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만 AI 사용 금지와 전면 허용, 제한적 허용이라는 세 가지 틀 안에서 공허하게 맴돈다.

AI 시대, AI를 원천 금지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교육기관이 무제한 허용할 수도 없으니 남는 것은 ‘책임감 있게 활용’하라는 추상적 기준 뿐이다. 하지만 이걸 학교 안에서 실질적 규율로 세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간 주체성 지키는 길 더욱 절실

AI 의존과 AI 활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그 경계는 종종 모호하다. 가령 학생은 AI에 힘입어 근사한 과제물을 생산하면서 자기 실력이 향상된 줄 착각하지만 AI 없이 테스트하면 실력이 오히려 저하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AI 도구를 자주 사용할수록 비판적 사고능력이 위축되어 AI가 없으면 더 멍청해진다는 이른바 목발효과(crutch effect) 이론도 있다.

이런 흐름으로 가면 머지않은 미래, 인간과 AI의 관계가 역전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AI와 등지고 살아갈 방도 또한 없다. 최선은 AI에 지배받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우는 길이다. AI 리터러시, AI 휴머니즘이 절실한 세상이다.

신한대 특임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