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산업 전환기 선도기업의 역할

2026-06-01 13:00:01 게재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충돌 후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수익에 대한 사회환원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내년 548조원으로 금년 375조원보다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수익의 사회환원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민배당금’ ‘사회연대임금’ ‘초과이윤’ ‘재분배’ 등 다양한 용어의 사회환원 방안이 제기되었지만 관건은 제도화 여부다. 법인세 등 기존 세제를 개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초과이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면 개별 기업의 이윤 배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국내 초유의 사건이 된다. 시장제도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산업계의 반발과 극심한 국론분열로 국내경제는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초과이윤 재분배 제도화보다 자발적 사회공헌 유도를

바람직한 해법은 기업이 자발적이든 사회의 압력에 밀려서든 자율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재계 CEO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사회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9년 주주우선주의 대신 고객 근로자 협력기업 지역 주주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동등하게 중시하겠다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상 종결 후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조성해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의 성장과 성과가 우리 사회에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시한 첫 실천 방안이다.

반도체 특수로부터 시작된 기업의 대규모 수익 실현과 성과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마찰의 증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발전했다. 정부는 조만간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선도적 대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은 우리 산업이 인공지능(AI)과 중국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분배하기보다는 돈과 기술력을 결합한 미래 생존방안 마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혁신생태계의 출현과 진화’에 관한 논문(Szerb & Furr, 2025)에 따르면 생태계 출현은 산업 확장에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선행한다. 기업과 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인접한 생태계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생산요소가 이전되는 과정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생태계 관련 논문인 ‘생태계 조율 사례’(Lei Shen, 2024)는 핵심기업이 생태계 전략 설계, 맞춤형 관계 설정, 자원 통합, 생태계 기술 활용, 혁신 실천 등의 5개 방식을 통해 생태계를 조율(orchestration)해 생태계의 출현과 발전을 선도하고 촉진한다는 것을 밝혔다.

대기업은 산업 AI 생태계 발전을 선도해야

국내 선도기업이 5개 조율 기능을 갖고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면 응집력을 갖지 못해 추동력이 약한 현 상황에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되고 한국산업은 AI 전환과 중국 대응이라는 국가과제 해결에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생태계 공진화 산업발전은 지금까지의 수직계열화 방식과는 달리 수평적 상호의존적 협력적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그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선도기업 역할을 맡는다면 AI 반도체, 로봇과 피지컬 AI, 소부장 산업의 AI 전환 분야가 유망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삼성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를 생각하며 보다 근본적인 고민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과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벌집을 쑤신 듯한 최근의 혼란을 한국형 사회적 역할의 새로운 모델로 멋지게 되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