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도 못 막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

2026-05-27 13:00:09 게재

전쟁발 물가 충격에 매도세

재무부 대응 수단 제한적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후 큰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오르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지만, 이를 진정시킬 수단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31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주 전 중동 전쟁에 나선 뒤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이 핵심 지표로 삼아온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 기간 0.5% 넘게 올랐고,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닿았다.

베센트 장관은 그동안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헤지펀드 출신인 그는 미국 채권과 주식, 일본 엔화, 아르헨티나 페소 등 여러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샬 칸두자 모건스탠리 투자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를 “변동성 매도자”로 불렀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시장을 진정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국채 금리 상승은 성격이 다르다. 전쟁, 에너지 가격, 물가, 재정적자 우려가 한꺼번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베센트 장관이 꺼낼 수 있는 수단으로는 특정 국채 환매 확대, 장기물 국채 발행 축소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기 발표일인 8월5일 이전에 발행 계획을 바꾸면 재무부가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조지 카트램본 DWS아메리카 채권 부문 대표는 “채권시장은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발하기 시작했다”며 “스콧에게 묘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물 금리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에너지 공급망을 다시 열 수 있는 전쟁 해결, 또는 경기 둔화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채가 급락했을 때 “우리는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면서도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큰 도구 상자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특정 국채 환매 확대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의 스티븐 젱 금리 전략가는 재무부의 국채 환매 프로그램이 시장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금리 인하 수단으로 쓰기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베센트 풋’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베센트 풋’은 재무부가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발행을 늘려 장기금리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정적자 전망이 높아지고, 계속되는 에너지 가격 충격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12일 금리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보고, 중동 전쟁이 끝나면 물가 우려도 빠르게 가라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쟁 전에도 미국 물가는 이미 연준 목표치 2%를 웃돌았다. 여기에 미 전쟁부(국방부) 지출 증가와 순관세 수입 감소로 미국 재정적자 확대가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결국 베센트 장관의 문제는 시장을 달랠 말보다 시장을 실제로 움직일 수단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여 미국 주택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젱 전략가는 정기 발표가 아닌 시점에 발행 구조를 바꾸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것은 시장을 겁먹게 한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