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화·여론조사·유세차…유권자 피로감 키운다
선거여론조사 4~5월 두 달간 1000건 쏟아져
적극 지지층만 답하는 여론조사, 신뢰도 하락
소음 유발 유세차·네거티브 현수막에 반감
“선거운동 기간 제한으로 네거티브에 주력”
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자들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유세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유권자들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쏟아지는 여론조사에 거부감이 커지면서 적극 지지층만 답변에 참여해 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과 방식을 법으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1일 모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화 여론조사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운동 전화와 여론조사 전화가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다 보니 계속 전화를 거부하거나 중간에 끊어 응답자 목표치를 확보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정말 많이 돌린다”면서 “그러다 보니 최근의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적극 지지층들밖에 응답하지 않아 오히려 유권자들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통신사로부터 실제 전화번호와 다른 안심 전화번호를 적게는 수만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를 받아 일정 기간 사용하게 된다. 그러고는 보통 1000명 정도의 유권자들이 답변할 때까지 계속 전화하게 된다. 아예 받지 않거나 받자마자 끊는 곳에도 수차례 전화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에 등록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684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20건이 넘는다. 월별로 보면 1월 129건, 2월 273건, 3월 396건, 4월 377건 등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첫 주(5월 1~7일)엔 82건의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등록됐지만 둘째 주(5월 8~14일)엔 96건, 셋째 주(15~21일)엔 169건으로 급증했고 넷째 주(22~28일)에 등록한 선거여론조사는 335건에 달했다.
지난해에 8월에는 9건에 그쳤지만 9월 68건, 10월 69건, 11월 57건, 12월 157건으로 점점 늘었다.
유권자마다 7~8개까지 투표를 하는 지방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요 쟁점 지역의 경우엔 많은 매체와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의 비공개 여론조사와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 등도 적지 않게 이뤄졌다.
여기에 문자메시지와 음성메시지도 ‘선거 공해’로 치부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시끄러운 선거운동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조용한 선거운동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각 캠프마다 ‘SNS팀’을 강화한 이유다.
모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는 “요즘엔 문자나 음성메시지, 유세차 등은 선거에 별 효과가 없다”면서 “캠프에도 결국 유튜브, 숏폼(짧은 동영상),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 등을 주로 하는 별도의 팀이 꾸려져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유세차는 시끄러울수록 반감이 오히려 커지고 유세하는 주변에는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지 유권자들은 거의 신경도 안 쓴다”면서 “오히려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이 부정적인 경우도 적지 않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상욱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유세차 없는 선거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 후보자들도 공해를 유발하는 유세차 운행을 거부하면서 ‘녹색 후보’임을 강조했다. 또 유세차의 불법 주차, 불법 운행 등에 불만을 표시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수많은 ‘네거티브’ 현수막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규제를 보면 선거운동 기간이 일정기간으로 제한돼 있다 보니 이 기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짧은 시간에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면 강한 네거티브에 주력해 ‘더 잘하기’보다 ‘덜 못하기’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시대는 바뀌었지만 과거와 같은 선거운동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다”며 “공급자적 마인드를 가진 정치권의 현실”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