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스크 본격화…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벽 뚫었다

2026-06-02 13:00:01 게재

석유류 24.2% 급등하며 물가상승 주도 … 생활물가지수도 2년여 만에 최고치

개인·공공서비스 동반 상승… 기조적 흐름 나타내는 근원물가도 2.5%로 확대

중동전쟁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자물가가 3% 선을 넘었다. 석유류 가격이 24.2% 급등하며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지난 4월 상승률(2.6%)보다 0.5%포인트(p) 올랐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지방선거 이후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대도약의 골든타임’을 열겠다고 선언한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 구상이 ‘물가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가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는 2024년 3월(3.1%)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국제유가 고공행진 직격탄 = 지난달 물가상승의 핵심 원인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92%p 끌어올렸다. 석유류의 이 같은 상승률은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연료 가격의 상승폭이 컸다. 경유는 33.3% 상승했고 휘발유는 23.1%, 등유는 21.7% 올랐다. 석유류 제품의 유례없는 폭등은 즉각 물류비용 전가로 이어져 교통 부문 물가를 11.6%나 밀어 올렸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석유류 가격 폭등에 5월 연휴 기간의 계절적 수요 가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재정경제부 역시 전날 개최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중동전쟁으로 인한 비상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경제분석과를 중심으로 부문별 동향을 종합 평가하는 등 비상 대응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이다.

◆외식·서비스 물가 덩달아 올라 = 석유발(發) 원가상승 압력은 공업제품을 넘어 서비스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5월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대면 소비와 밀접한 개인서비스 물가가 3.7% 상승하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개인서비스 세부품목 중 외식을 제외한 항목이 4.4%나 뛰었다. 특히 기름값과 연동된 해외단체여행비는 26.3%가 폭등했다. 이밖에 △승용차 임차료(25.7%) △보험서비스료(13.4%) △공동주택관리비(4.1%)도 많이 올랐다.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국제항공료가 전년 동월 대비 33.5% 급등했다. 1995년 1월 통계 조사를 개시한 이래 역대 최고 상승 폭이다.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가정의 달 연휴 증가가 겹치며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공업제품 또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전달(3.8%)보다 오름폭이 한층 가팔라졌다. 다만 가공식품의 경우 기업들의 출고가 인하 조치와 기저효과가 맞물려 0.8% 상승에 그치며 완화 흐름을 보였다.

◆장바구니 체감물가 비상 =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출하량 감소와 지난해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다시 상승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갈치(15.1%) △조기(14.6%) △쌀(13.5%) △달걀(10.2%) △수입쇠고기(7.6%) △돼지고기(5.8%) 등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양배추(-43.9%) △무(-27.5%) △당근(-24.8%) △양파(-18.5%) △배(-17.8%) 등 채소·과실류 일부는 가격이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4.9%)와 신선과실(-2.8%)의 안정세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3% 상승했다. 2024년 4월(3.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식품 외 부문이 4.2%나 오르며 매달 나가는 고정 민생비용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마저 일제히 전월(2.2%) 대비 0.3%p 증가한 2.5% 상승을 기록했다. 일시적 충격을 넘어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구조 전반에 고착화될 수 있다는 신호다.

◆정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는 6월부터 내년 말까지 약 1년 반 동안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시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시기를 교육재정 개혁 등 구조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할 ‘골든타임’으로 상정하고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번 5월 소비자물가 3.1% 돌파라는 ‘물가 쇼크’는 정부의 정교한 정책속도 조절과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대에 올릴 변수로 떠올랐다. 생활물가가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제개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 드라이브를 밀어붙일 경우 여론의 저항에 직면할 위험이 커진 셈이다.

재경부는 5월 물가상승에 대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노력을 통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p 완화하였으며, 해당 조치들이 없었을 경우 5월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7%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중동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물가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석유류 가격안정과 함께, 민생물가 TF 등을 통해 여름철 폭염·폭우 대비 선제적 수급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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