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보톡스, 가격경쟁 넘어 프리미엄 바이오로”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3사, 고순도-내성감소-글로벌진출 경쟁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글로벌 시장은 미국 애브비(옛 엘러간)의 ‘보톡스(Botox)’, 독일 멀츠의 ‘제오민(Xeomin)’,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Dysport)’ 등이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산 ‘K-톡신’이 미국·유럽·중국·중동 시장까지 빠르게 진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핵심 축은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 3개사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전략과 기술적 차별화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저렴한 대체품’으로 평가받던 국산 톡신은 이제 고순도·내성 감소·액상형 제형·FDA 승인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메디톡스 “원조 톡신… 차세대 플랫폼 승부” =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출발점은 메디톡스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의료진 사용 경험이 풍부하고 국내 시술 데이터가 가장 많이 축적된 제품 중 하나라는 점이 강점이다.
2일 메디톡스에 따라면 회사의 핵심 전략은 ‘차세대 플랫폼’이다. 대표 제품이 세계 최초 액상형 톡신 ‘이노톡스’다. 기존 톡신 제품은 분말 형태라 사용 직전 생리식염수 희석 과정이 필요하지만, 액상형은 희석 오차를 줄이고 균일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전략 제품인 ‘코어톡스’는 복합단백질을 제거한 고순도 제품이다. 반복 시술 시 발생 가능한 항체 형성과 내성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독일 멀츠의 ‘제오민’과 유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메디톡스는 최근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2025년 보툴리눔 톡신필러 매출액은 2145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출은 1276억원이었다. 2026년 1분기 글로벌 매출은 3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톡신 해외 매출은 214억원으로 53% 늘었다. 특히 뉴럭스의 중남미·유럽 확장과 브라질 시장 진출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대웅제약 톡신, 공격적으로 성장 중 =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K-톡신은 대웅제약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자사의 보툴리늄 톡신은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어 유럽 EMA와 캐나다 허가까지 확보하면서 글로벌 규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국에서는 ‘주보(Jeuveau)’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미용 톡신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고순도 프리미엄 톡신’이다. 회사는 미국·한국 특허를 획득한 하이-퓨어(High-Pure) 공정을 통해 순도 98% 이상을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또 일반 동결건조 대신 감압건조 기술을 적용해 불활성 톡신 발생을 최소화하고 내성 가능성을 낮췄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빠른 효과 발현도 강조한다. 대웅제약 자료에 따르면 나보타는 투여 후 2일 시점부터 대상자의 85.4%가 미간주름 개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성장도 가파르다. 대웅제약 보툴리늄 톡신의 매출은 2024년 1864억원에서 2025년 228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중동 시장 확대도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은 단순 톡신 판매를 넘어 필러·스킨부스터를 결합한 토털 메디컬 에스테틱 플랫폼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휴젤 “국내 1위·중국 강자… 글로벌 직판 구축” = 휴젤에 따르면 자사의 ‘보툴렉스’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는 레티보(Letybo)라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휴젤은 2016년 이후 국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휴젤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 시장 확장 속도다. 현재 70개국 이상에서 허가 및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3대 톡신 시장에 모두 진출한 아시아 최초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202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진출한 이후 약 15% 점유율을 확보하며 현지 시장 3위권에 안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에서도 2025년 론칭 이후 3%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휴젤은 영업 구조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CEO-한국 CEO’ 이원 체제를 통해 해외 확장 전략과 국내 수성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직판과 파트너 판매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세일즈 모델’을 추진 중이다. 현지 시장 점유율을 2028년 10%, 2030년 14% 확대 목표가 있다.
또 H.E.L.F 등 글로벌 학술 마케팅을 강화하며 의료진 네트워크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IMCAS·AMWC 등 피부 미용 항노화 국제 학술대회 참여도 적극적이다.
실적 역시 성장세다. 휴젤의 톡신 매출은 2024년 2016억원에서 2025년 2305억원으로 증가했고 해외 비중은 69%까지 확대됐다.
◆외국 대비 K-톡신 산업의 과제는 = 글로벌 톡신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애브비의 ‘보톡스’다. 외산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수십 년간 축적된 장기 임상 데이터와 폭넓은 치료 적응증이다. 특히 신경과·재활의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외산 제품 신뢰도가 높다.
독일 멀츠의 ‘제오민’은 복합단백질 제거 전략을 통해 내성 감소를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는 빠른 확산성과 치료 적응증 확대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 △빠른 생산 체계 △공격적 글로벌 진출 △미용 시술 최적화 △다양한 용량 구성에 있다. 최근에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FDA·EMA 승인 △고순도 전략 △액상형 기술 △내성 감소 전략 △프리미엄 시술 시장 공략 등 기술 중심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국내 톡신 산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번째는 과도한 가격 경쟁이다. 국내 업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번째는 장기 임상 데이터 부족이다. 외국 제품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치료 데이터와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품들은 아직 미용 중심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다. 향후 △뇌졸중 후 경직 △만성 편두통 △과민성 방광 등 치료 영역 확대를 위해 장기 안전성·유효성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지나친 미용시장 편중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미간주름·사각턱 등 미용 시장 중심 매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료 적응증 확대 여부가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K-톡신 산업의 승부처가 “누가 더 안전하고 오래가며 글로벌 기준을 통과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톡신 산업이 글로벌 바이오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격 경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임상 △프리미엄 전략 △윤리적 글로벌 경영 △치료 적응증 확대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