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12승에도 웃지 못한 민주당…민심의 경고장 받아

2026-06-04 13:00:05 게재

내란심판·국정안정론으로 국정동력 기반 확보

전략 선거구 잇단 패배 … 일방독주 견제 해석

8월 전당대회 당권 놓고 계파대결 가능성 커져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곳, 국회의원 재보선 9곳에서 승리했다. 4년 전 완패를 만회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 관문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의석이던 13곳 재보선에서 4석을 빼앗긴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전략선거구였던 경기 평택을은 ‘범여권 연대’ 실패로 넘긴 선거여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승리를 공언했던 수도권 주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보수후보에게 패했다. 전체 선거에서는 외형상 여당의 정치적 승리로 보이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견제와 일방적 독주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장 발표하는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호남·충청권의 확고한 수성과 부산·울산·강원 등 정치적 취약지역 광역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차에 치러진 첫 전국 선거에서 ‘내란 심판·정권 안정론’을 앞세워 ‘정권 심판·견제론’을 주장한 국민의힘을 누르며 국정 동력을 이어갈 기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등판해 보수 결집으로 맞선 국민의힘을 상대로 2018년 지방선거 못지않은 성적표 배경에는 ‘일 잘하는 정부’를 뒷받침할 지방일꾼을 몰아달라는 민주당의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입법·행정권력에 지방권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국정 과제 수행의 자산을 갖추게 된 셈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초 ‘전국을 파란물결로 물들이겠다’는 공언과는 거리가 있다. 정청래 대표는 4일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전국적 큰 승리에 감사하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역대 지방선거의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기준선을 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은 ‘사상 첫 민주당 독자 후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후보의 경우 외부명망가나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후보로 내세웠다. 진보진영과의 후보 연대 논의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최종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다면 민주당의 승리 선언은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정 대표의 이날 입장도 이같은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지사 선거에서 완승한 경기도에서 성남·용인·안산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패한 점도 여당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일방적이지 않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내란 심판’ 여론을 기반으로 여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된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여야 후보가 근소한 차이의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도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숫자다. 재보선을 치른 14곳 중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지만, 민주당은 9곳에서만 당선자를 냈고 기존보다 의석이 4석 줄어들게 됐다. 부산 유일의 국회의원 의석이던 부산 북구갑,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는 국회의석 1석 이상의 정치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기 평택을 선거는 ‘진보 분열’에 따른 보수 후보의 완승이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에 상당한 정치적 여파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 등 진보정당은 민주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으로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민주당 무공천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당 등 범여권연대와는 거리를 두고 정면돌파를 고수했고, 결국 패배했다. 특히 민주당 공천자인 김용남 후보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내부 갈등양상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11월 ‘재보선 원인 제공시 무공천’ 조항을 당헌당규에서 삭제한 후 2021년 4월 재보선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했다가 패배했다. 대선·지방선거·총선에서 연달아 패배했던 국민의힘이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정권교체의 고삐를 당겼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가볍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전략선거구로 평가된 재보선에서 보수후보가 승리한 것은 민주당에는 경고를, 국민의힘에게는 보수 재구성의 기회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내란심판론과 국정지원론을 통해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서울과 재보선, 수도권 단체장 선거 등에서는 제동을 걸며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최창렬 교수는 “하정우, 김병욱 등 이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들이 승부처에서 패한 것은 정부여당에 보내는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국정운영에서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에 나설 경우 여론이 야당의 견제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을 보여준 선거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를 지휘한 정청래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청래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 형태로 진행된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 대표에 대한 직접적 타격은 피했으나, 당권 경쟁을 둘러싼 반정청래계와 당권파간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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