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 위자료 청구권 유효”

2026-06-04 13:00:07 게재

유가족, 2021년 헌재 위헌 결정 후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

대법 “유족 ‘정신적 피해’ 청구권 소멸 안 돼” 잇따라 판단

5.18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소멸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2021년 헌법재판소의 소멸시효 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에서 유사한 판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5.18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유가족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청구가 늦어 권리가 소멸했다는 취지의 2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지난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처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있었던 2021년 5월 27일부터 청구권 시점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2021년 11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불법 구금돼 구타를 당한 뒤 숨진 이들의 유가족인 김 모씨 등 23명은 국가를 상대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가족 몫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같은 해 5월 27일 헌법재판소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금지한 개정 전 5.18보상법 16조 2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개정 전 법률은 보상금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 배상 청구를 막았으나, 헌재 결정으로 현재는 ‘정신적 피해’를 예외로 두고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들은 공통적으로 헌재 결정으로 법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 1990년부터 1991년 사이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동의한 뒤 보상금을 지급 받았다.

국가는 유가족들이 보상금 지급 결정이 이뤄진 시점부터 3년이 지난 후에 고유한 위자료를 청구한 만큼 민법 766조에 따른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쟁점은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도 인정했다. 헌재 결정이 있었던 2021년 5월 27일까지는 유가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보상금 지급이 결정되던 1990년대부터 시효가 흘러 이미 완성됐다며 형제자매 등 일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족 고유의 정신적 손해 배상금, 즉 위자료가 5.18보상법에서 규정하는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애초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법률상 장애’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족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시점부터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국가에게 위자료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소멸됐다는 것이 2심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족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 전까지 현실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었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가족들이 1990년대 보상금 지급 결정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알았더라도,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존재한다”며 “2021년 5월부터 3년이 지나기 전 소송을 제기한 이상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원고들이 가지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권리행사 장애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불법 구금돼 구타를 당한 뒤 숨진 이들의 유가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이번 판결과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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