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공정수당, ‘공정’이라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

2026-06-05 13:00:01 게재

노무사로 일하다 보면 공공기관 단기계약직 근로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1년이 조금 부족한 계약으로 퇴직금도 못 받고 나왔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솔직히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 싶었다. 그런데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듣다 보니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계약서에 찍힌 날짜 하나 때문에 퇴직금 한푼 없이 짐을 싸야 했던 사람들, 그 얘기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2027년부터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도 결국 이 지점에서 출발한 것 아닐까 싶다. 이른바 ‘공정수당’ 이름만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런데 이름이 좋다고 내용까지 공정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공정수당,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공정수당은 기준금액 254만5000원의 8.5~10%를 계약 만료 시 한꺼번에 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짧을수록 지급률이 높다. 생각건대 퇴직금을 못 받는 1년 미만의 단기계약직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퇴직금을 피하려고 11개월 계약을 체결해 온 사례가 일부 공공기관에서 있어 왔다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고 공공기관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사례에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공정수당 도입의 취지는 충분히 인정한다. 그런데 막상 제도를 들여다보면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정규직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 문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추가 수당이 생긴다면, 나름의 책임과 부담을 안고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나는 뭔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규직은 수행 업무와 각종 책임에서 비교적 비정규직에 비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고용 불안정에 대한 보상이라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 취지가 충분히 공감되지 않으면 불만은 생각보다 빠르게 번진다. 제도 이름이 ‘공정’인 만큼 정작 현장에서 불공정 논란이 일어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해외 선례도 우리가 도입한다는 공정수당이 마냥 낙관만 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프랑스는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오히려 1개월 미만 초단기 계약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를 봤다는 기사를 읽었다. 제도의 취지와 현실의 결과가 정반대로 간 것이다. 우리라고 다를 거라는 보장이 없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제도를 다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공정수당이 ‘비정규직을 계속 써도 괜찮다’는 면피 수단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임에도 단기계약을 반복하면서 수당만 지급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이 제도는 처음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공정수당은 불가피한 단기계약에 대한 보상이어야지, 비정규직 고용을 고착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수당 지급으로 불안정한 고용구조 자체를 덮어버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제도 성패는 설계와 운영에 달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설계와 운영에 달려 있다. 일률적으로 수당을 지급하기보다는 직무와 실제 처우 수준을 먼저 꼼꼼히 살펴보고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비정규직이라도 기관에 따라 처우 수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실태를 충분히 파악한 뒤 지급 대상과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계약 기간만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자칫 실질적인 처우 개선보다 형식적인 수당 지급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울러 수당 도입과 동시에 단기계약 반복 사례에 대한 실효적인 감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제도도 현장 점검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을 잃게 된다는 건, 노무현장에서 적잖이 경험해 온 일이다. 제도와 감독이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공정수당’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현장에서 외면받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적잖이 봐왔다. 공정수당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노사정이 충분히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무사로서 ‘공정수당’이 진짜 ‘공정’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진관

노무법인 위너스(인천)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