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고려대, 암세포 성장 억제 ‘천연 브레이크’ 규명

2026-06-07 08:56:58 게재

지방 대사물질 13-HODE, 엠토르 직접 차단 … 차세대 항암치료 단서 제시

국내 연구진이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단백질을 직접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암세포 증식을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KAIST는 김세윤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 변영주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지방 대사물질인 ‘13-HODE’가 암세포 성장 조절 단백질인 엠토르(mTOR)의 활성을 억제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표적인 항암 치료 표적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인체 내 대사물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방산 대사산물인 13-HODE에 주목했다. 13-HODE는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필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연구 결과 13-HODE는 엠토르의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해 단백질 기능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는 13-HODE 농도가 정상 세포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효소인 ALOX15 발현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ALOX15와 13-HODE 생성을 증가시키자 엠토르 활성이 억제되고 암세포 성장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현상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과 직접 결합해 기능을 차단하는 작동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세윤 교수는 “인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 개발은 물론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 조절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주 교수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성과”라며 “차세대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게재됐으며 5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KAIST 박승주 박사와 김세라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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