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성장률 끌어올렸지만…가계 부담 커져
KDB미래전략연구소 올해 성장률 2.5% 제시
고유가에 물가 상승, 한은 기준금리 인상 등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올해 반도체 중심의 성장 회복세를 전망하면서도 가계 부담 확대를 경고했다. 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하면서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8일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경제조사팀이 작성한 ‘2026년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유 공급 부족에 따른 고유가 지속으로 2.6% 수준으로 높아지고 실업률은 전년(2.8%) 보다 소폭 상승한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따른 주가 상승 등으로 경제 전반의 여건은 양호한 편”이라며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국의 새로운 관세정책 추진 가능성 등은 경기 하방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와 생활물가 상승률이 2% 초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식료품 가격도 안정화되며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및 고환율 영향으로 3월 들어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4월 들어 석유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공업제품 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청년층(15~29세) 고용 부진, 제조업 및 건설업 분야 취업자 수 감소 지속 등의 영향으로 전년 보다 0.1%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기준금리는 연 1~2회 수준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1분기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으로의 편중, 경제심리 위축, 금융시장 불안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연내 인상 시기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동발 공급충격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및 인플레이션 고착화 여부, 하반기 예정된 미 관세의 파급효과 등이 통화정책 방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1400원대 초반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외국인 증시 자금 유입,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등이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중동 정세와 미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보고서 역시 “하반기 관세 재가동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중동리스크의 재확대와 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은 환율 안정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이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IT 이외 분야의 투자 부진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에 따른 전통 제조업 투자 부진과 여행을 비롯한 서비스 교역 성장 둔화 우려도 전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 경제는 2%대 초반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정 분야(인공지능)로의 투자 쏠림과 그에 따른 고용 둔화로 연말로 갈수록 성장률 둔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정부 주도 투자 확대와 수출 호조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나, 내수 부진과 수출 의존도 확대에 따른 대내외 경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은 4%대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경제 역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통화정책과 서비스 부문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은 1%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제도 불확실한 대외환경과 그에 따른 물가상승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며 전년보다 낮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