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북한 노동단체 연대사, 이적표현물 아냐”
민주노총 게시물에 삭제 요구 위법 판단
“문구 유사성보다 실질적 위험성 따져야”
북한 노동단체 연대사 삭제 요구는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일부 표현이 북한 문헌과 유사하더라도 실질적 위험성이 없다면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민주노총이 2022년 8월 홈페이지에 게시한 조선직업총동맹의 연대사와 공동결의문이다. 국정원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미국과 보수집권 세력에 대한 투쟁’ 등의 내용이 담겼다며 심의를 요청했다.
당시 방심위는 2023년 2월 삭제 요구를 하지 않기로 의결했지만, 국정원의 재심의 요청 이후 같은 해 10월 입장을 바꿔 삭제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연대사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또 “해당 게시물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삭제 요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이적표현물 여부는 특정 문구가 아니라 표현물 전체의 내용과 문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연대사 일부가 과거 이적표현물이나 북한의 대남혁명론 관련 문구와 유사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봤다.
민주노총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연대사를 게시했다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련 주장이 객관적 증거에 기초했다기보다 “막연한 추측과 정황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