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감선거 제도개선 목소리 높다
무투표 당선 늘고 양당독점 강화
“깜깜이 교육감 선거 이대론 안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했지만 거대양당의 독점은 강화됐고 무투표 당선인은 4년 전보다 늘었다. 교육감 선거에선 100만표가 넘는 무효표가 나왔고 절반 가량이 20~30%대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깜깜이’ 교육감 선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민사회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무려 108만8179표가 무효로 처리됐다. 동시에 치러진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43만4267표)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무효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고도 표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 등을 말한다. 낮은 득표율도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30% 안팎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교육감이 7명이나 된다. 오석진 대전교육감 당선인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7.48%의 득표율로 교육수장 자리에 올랐다. 5명의 후보가 출마해 10~20%씩 표를 나눠 가진 탓이다.
이에 교육계를 중심으로 교육감 선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 “선거공영제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선거공영제를 강화해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선관위가 후보자의 정책공약과 교육철학, 경력 등을 비교 검증하는 통합플랫폼 구축과 방송토론회 확대 등을 통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교육감 직선제와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흔드는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로의 전환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충북교사노동조합이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방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응답자(412명)의 94.4%가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과제로는 △교육감 선출 방식에 관한 대안 검토(52.4%) △교육 관련 경력 및 교육행정 역량 검증 강화(41.5%) △주민직선제 보완 방안 검토(36.7%)를 꼽은 바 있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언론·미디어의 교육감 정책 검증을 위한 토론회 활성화부터 정당의 교육감 후보 추천제, 지역교육지원청장을 직선제로 전환하고 그중에서 교육감을 선출하자는 근본 대안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4년 뒤 또 다시 ‘깜깜이 선거’ 비판에 직면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주체들이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는 중앙정치 종속성이 강화된 선거였다는 평가와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4일 개최한 6.3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정당 공천과정에서 부적격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의원 재보선 14곳 동시 실시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종속됐다”고 지적했다. 하상응 정치개혁위원장은 “높은 무투표 당선비율과 중앙정치에 종속된 선거구조를 개선하려면 정당별 비례제도 확대, 유권자 정보제공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연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확대했지만 소수정당 진입 등엔 한계를 보였다. 전국 최초로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 전남광주특별시의원 선거에서 진보당 4명이 원내에 진출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의석을 더 확보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선거 역시 거대양당 중심의 선거제도 하에서 치를 수 밖에 없었고 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 등 왜곡된 구조 속에 513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생기는 현실을 바로잡지 못했다”며 “거대 정당 독점구조를 바꿔내고 연대·연합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실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