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9 여수 금오도 비렁길

선착장에서 ‘벼랑길’ 내내 청옥 빛 바다

2026-06-08 13:00:45 게재

금오도 비렁길은 대한민국 최고의 섬트레일로 꼽힌다. 백섬백길에서는 22코스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여수 지역 말이다.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에서 장지마을까지 이어지는 18.5㎞의 비렁길은 총 5개의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걷는 내내 청옥 빛의 바다와 기암괴석의 절경으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길은 하늘로 이어진 듯도 하고 바다로 이어진 듯도 하다. 곳곳이 동백 터널인 비렁길에서는 동백 시절이면 내내 붉은 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면적 27㎢, 해안선 길이 64.5㎞의 금오도는 여수에서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자 남면의 면소재지다. 북서쪽에 개도, 남쪽에 연도가 있다. 인접 섬인 안도와는 안도대교로 연결돼 있다.

금오도는 황금(金) 자라(鰲)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호환(虎患) 때문에 주민들이 당제를 올렸을 정도로 골이 깊고 산세가 장엄하다. 사람과 선녀의 애절한 사랑이 깃든 옥녀봉과 신랑봉처럼 금오도의 산은 골골이 신화와 전설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때 국영 사슴 목장이었던 금오도의 산은 임금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소나무인 황장목을 길러내는 황장봉산이기도 했다. 소나무 보호를 위해 금오도는 조선시대 내내 일반인의 거주가 허락되지 않았다. 1885년(고종 22)에야 ‘허민령’이 반포되며 백성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섬이지만 금오도의 특산물은 수산물이 아니라 나물이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방풍나물 재배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방풍은 원래 해변의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예부터 맛과 향이 좋아 잎은 나물로 애용되어 왔고 그 뿌리는 차와 약재로 사용된다.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진다 해서 태교 음식에 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풍이나 산후 풍 예방에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금오도에서 방풍 재배가 본격화 된 것은 방풍이 값 비싸고 약효가 뛰어난 나물이라는 방송을 본 주민 한 사람이 해변에 자생하는 방풍 씨앗을 받아다 밭에 재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금오도 전체로 퍼져나갔다. 눈 밝은 한 사람의 선견지명이 섬 주민들의 새로운 소득 창출원이 됐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길 가다 만난 방풍 밭 주인 할머니는 방풍나물이 풍에도 좋지만 당뇨에도 좋다고 자랑이다. 당뇨가 있는 할머니는 직접 효과를 봤다고 한다.

“입이 마르드만 방풍 즙을 내 먹으니 입마른 게 없어져 부러.”

함구미 마을, 방파제 주변에 여행객이 떼로 몰려 웅성거린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 걸까 싶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썰물 때, 물이 빠지자 방파제 안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때를 놓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혔다. 돌로 쌓은 방파제 석축 사이에는 그물이 처져있다. 독 안에 든 물고기들, 사람들은 양동이를 들고 그저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달아나봐야 소용없다. 옛날에 섬이나 바닷가에서 흔했던 원시 어로인 독살, 돌 그물이다. 연안 어장의 물고기가 귀해진 요즘은 좀처럼 보기 드문 어로법.

오늘 뭍에서 온 여행객들은 어업 박물관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섬 여행이 가져다준 행운이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